유타(루크 브레이시)는 아드레날린 중독자다. 모터사이클 선수인 그는 가파른 협곡을 질주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하지만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유타는 선수 생활에서 은퇴한 뒤 FBI에 지원한다. 유타의 상사(딜로이 린도)는 훈련 중인 그에게 미해결 범죄사건을 맡긴다. 범인들은 매번 훔친 돈을 사람들에게 나눠준 뒤 모터사이클이나 스카이다이빙 등을 이용해 유유히 수사망을 빠져나간다고 한다. 유타는 이들의 목적이 익스트림 스포츠 세계에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8개의 미션을 완수하는 것임을 밝혀낸다. 영국 지부 요원 파파스(레이 윈스턴)의 파트너로 임명된 유타는 수사를 위해 범죄조직의 리더 보디(에드가 라미레즈)에게 접근한다. 보디는 유타가 전직 모터사이클 선수였음을 알아보고 미션 수행에 동참하라는 유혹적인 제안을 한다.
<포인트 브레이크>는 캐스린 비글로의 <폭풍 속으로>(1991)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스포츠를 통해 범인과 금지된 우정을 쌓는 FBI 요원’이라는 틀은 그대로 차용했지만, 원작의 중심 소재였던 서핑은 이제 8개의 미션 중 하나에 해당할 뿐이다. 서핑 외에도 암벽등반, 스노보딩, 스카이다이빙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장면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촬영감독 출신인 에릭슨 코어가 연출과 촬영을 겸해 인물들이 거대한 파도 속을 가로지르거나 알프스산맥을 활강하는 순간의 긴박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원작과 달리 <포인트 브레이크>에는 범죄영화보다 스포츠영화의 피가 더 많이 흐른다. 원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좋았지만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가 지나치게 스포츠 장면의 스펙터클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타가 보디에게 접근하기 위해 서핑을 시작한 이후 한 시간가량 영화는 사건 수사는 잊은 채 각종 스포츠 장면을 보여주는 데 몰두한다.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수사는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사건의 해결은 엉성하게 이루어진다. 압도적인 풍광과 스릴 넘치는 스포츠 장면 덕분에 화면은 내내 클라이맥스처럼 보이지만 정작 서사는 한번도 클라이맥스로 향하지 못한다. 앙상한 서사 위로 넘쳐흐르는 스펙터클이 공허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