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하였던가. 원작을 너무나 사랑하는 <셜록>의 크리에이터들은 결국 셜록을 빅토리아 시대로 돌려보내고야 말았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죽은 리콜레티 부인이 되살아나 남편을 살해하는 기묘한 일이 발생한다. 심지어 ‘유령신부’는 다른 집 남편까지 응징하겠노라 예고한다. 카마이클 부인은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존(마틴 프리먼)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하고, 둘은 메리(아만다 애빙턴)의 도움으로 유령신부가 여성 참정권 운동과 관련된 비밀 결사임을 알게 된다.
<셜록: 유령신부>는 <BBC>의 신년 스페셜이자 20여개국 한정 극장 개봉작이다. 다만 곳곳에 흩뿌려진 떡밥들을 회수하고 해석할 능동적인 의지가 있는 관객, 즉 셜로키언들만을 위한 ‘스페셜’이다. ‘마인드팰리스’를 온전히 이해하고 누빌 수 있는 존재가 셜록 자신밖에 없는 것처럼 <셜록: 유령신부>는 셜로키언이 아닌 관객에겐 지나치게 불친절하고 낯선 리듬과 무드로 전개된다. 사용된 단어와 표현, 소품 등은 TV시리즈의 특정 장면들을 강력하게 연상시키고 원작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장면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비틀기도 한다. 빅토리아 시대 배경에 맞추어 재연되는 이미지들은 TV시리즈의 팬이 아니라면 그 섬세한 뉘앙스를 오롯하게 이해하고 감상하기 어렵다. 뒤집어 말하자면, 그만큼 애정이 가득한 관객에겐 다소 ‘모자라(고 공감능력도 심히 결핍됐)지만 착한 우리 셜록’의 ‘특별한’ 성장드라마로 읽힌다는 뜻이다.
역사에 실재했던 여성 참정권 운동과 가상의 유령신부 사건의 연결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틀리지 않지만 남성 캐릭터 위주로만 전개되었던 원작의 시대에 여성 캐릭터가 활약할 장을 내주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시도다. 사실상 유령신부 사건 자체가 셜록의 마인드팰리스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으니 사건에 대한 분명치 않은 태도와 결말도 과히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모리아티(앤드루 스캇)의 귀환에 대해 셜록이 입장 정리를 마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시즌까지도 기대해봄직하다. 영화의 앞뒤로 삽입된, 크리에이터들이 주도하는 부가 인터뷰 영상은 극장 개봉작에서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