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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랑으로 두려움을 버텨내는 이야기”
2016-01-14
글 : 이주현
<굿 다이노> 피터 손 감독
피터 손 감독

<굿 다이노>(2015)를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은 디즈니•픽사 최초의 동양인 감독이다. 2000년에 픽사 스튜디오에 입사해 <니모를 찾아서>(2003)와 <인크레더블>(2004)의 아트, 스토리, 애니메이션에 참여했고, <라따뚜이>(2007)와 <몬스터 대학교>(2013)에선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월•Ⓔ>(2008)의 스토리 아티스트로 활약했다. <업>(2009)의 오프닝 단편 <구름 조금>도 연출했는데, 참고로 <업>의 러셀 캐릭터의 모델이 피터 손 감독이다(실제로 꽤 닮았다). 꼬마 공룡 알로와 야생 소년 스팟의 모험으로 뭉클한 가족애와 성장담을 전한 피터 손 감독이 내한했다. 함께 온 드니스 림 프로듀서는 “픽사의 경영진이 굳게 신뢰하는, 재능 많은 젊은 감독”이라고 그를 거듭 칭찬했다.

-<굿 다이노>는 애초에 밥 피터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가 하차하면서 중단된 프로젝트였다. 중간에 투입돼 연출을 맡게 됐는데 어땠나.

=두려웠다. (웃음) 기존의 이야기를 해체하고 새롭게 재구성해야 했다. 처음엔 소년과 강아지의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공동체를 혁신하는 이야기 등이 섞인 페이크 카우보이 느낌의 영화였다. 그걸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우리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보통 장편애니메이션 한편을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2년 만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이야기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이 이야기의 핵심, 본질은 무엇이라 생각했나.

=드니스 림 프로듀서와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굿 다이노>는 우리의 이야기라고. 두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 하는 이야기 말이다. 두려움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는 것,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야생의 자연 속에서 시련을 겪는 알로가 자연을 이길 순 없다. 하지만 생존하는 법은 터득하게 된다. 그때의 핵심 동력은 사랑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스팟과 나누는 우정.

-실사인지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릴 정도의 사실적 풍경 묘사가 인상적이다. 배경이 캐릭터를 압도할 때도 있었다. 자연을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처럼 등장시켰다.

=공룡이 나오는 영화들을 보면 육식 공룡 티렉스가 악역을 맡아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섬뜩한 이야기로 마무리되곤 한다. 우리 영화에도 공룡이 나오지만 인물들 사이의 감정은 따뜻했으면 싶었다. 그러면 누가 악역이 돼야 할까. 자연이 그 악역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사전 조사 차원에서 와이오밍주를 답사하기도 했는데, 그 속에서 그냥 길을 잃어도 보았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연은 아름다운 동시에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연을 양식화해 만화적 느낌으로 묘사했을 땐 자연의 장엄함과 위험이 잘 느껴지지 않더라. 그래서 좀더 사실적으로 자연을 표현했다. 반면 알로를 비롯한 캐릭터들은 만화적으로 디자인했다.

-알로와 스팟이 각자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결말이 사려 깊어 보인다.

=보통의 버디무비는 둘이 서로 싫어하다가 이해하다가 절친이 되는 구조다. <굿 다이노>는 소년(알로)과 강아지(스팟)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난 네가 싫어”, “난 그냥 강아지일 뿐야”, “난 널 이해해”, “그래도 난 강아지야”, “너에게 많은 것을 배웠어”, “그래도 난 강아지인걸” 이런 관계가 된다. (웃음) 이 영화는 강아지라는 매개를 통해 소년의 성장을 보여준다. 알로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핵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엔딩으로 이어졌다.

-<굿 다이노> 시작 전 상영되는 산제이 파텔의 단편 <산제이의 슈퍼팀>도 인도 소년이 주인공이다. 픽사가 점점 다양한 인종을 배려하고 고려한다는 느낌이다.

=픽사는 다양한 재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최고의 팀을 구성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욕에서 성장했는데, 뉴욕만 해도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지 않나. 인종, 성, 나이에 따른 차별 없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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