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에서 입이 봉인된 모습으로 등장했던 그 캐릭터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2월18일 한국 관객과 만날 마블의 새로운 캐릭터, ‘데드풀’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와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안티 히어로다. 온몸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웨폰 X 프로그램’에 자원한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울버린처럼 지속적으로 신체 조직이 재생되는 힐링팩터 능력을 갖게 되지만, 이와 더불어 흉측한 외모와 불안정한 정신 상태도 함께 지니게 된다. 아직 <데드풀>의 예고편을 보지 못한 독자라면 <데드풀> 레드밴드 트레일러(Red Band Trailer, 19금 버전으로 편집한 트레일러)를 검색해보길. 이래도 되나 싶은 잔인한 액션 장면과 차진 욕, 그리고 농담이 양념처럼 버무려져 있다. 이처럼 <데드풀>은 PG13등급(13살 이상 관람가)을 추구하는 대개의 슈퍼히어로영화들과 달리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을 지향하는 어른용 슈퍼히어로영화다. 때로는 아이 같고, 쉽게 짜증을 내며, 수다쟁이에다 욕도 서슴없이 날리는 이 안티 히어로는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수많은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앞으로 분명 독특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데드풀>은 영화화되기까지 말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엑스맨> 시리즈의 세계관 안에 놓일 작품으로 기획되었지만, 이 프랜차이즈와의 접점을 찾지 못한 이십세기 폭스는 수년간 데드풀 캐릭터를 묵혀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데드풀>의 제작진은 원작 코믹스에 충실한 데드풀 캐릭터를 만들겠다는 조건으로 폭스에 초저예산을 할당받았다. 확실한 예산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으나, 일반적인 슈퍼히어로영화 제작비의 4분의 1가량이 투입된 게 아니겠느냐는 루머가 할리우드에 돌고 있다. 대다수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1억달러 이상의 예산으로 6개월 이상 촬영하지만, <데드풀>의 경우 촬영기간이 10주에 불과했으며, 촬영 허가도 개봉 10개월 전에야 이뤄졌기 때문에 아주 믿지 못할 만한 루머는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웨이드 윌슨과 데드풀을 연기하게 된 라이언 레이놀즈가 무려 11년간이나 표류하던 이 프로젝트를 떠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그는 11년 전 이 프로젝트가 뉴라인시네마에서 진행될 때부터 데드풀이라는 캐릭터와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판권의 소유주가 바뀌고, 당시 유행하던 슈퍼히어로의 모습과 컨셉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작이 미뤄지거나 등한시됐던 이 프로젝트를 끈질기게 붙들고 있던 결과,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데드풀>의 주연은 물론이고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데드풀>의 촬영 당시 그는 한 장면을 찍더라도 수없이 다양한 버전의 농담을 날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한편 이번 영화에서는 몸 전체가 강철로 변하는 콜로서스, 본래 예지력을 지녔으나 예고편에서는 화염을 동반한 막강한 에너지를 생성해 적을 공격하는 네가소닉 틴에이지 워헤드 등이 데드풀과 더불어 주요 조연 캐릭터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의 지나 카라노가 연기할 엔젤 더스트, 바네사 역의 모레나 바카린 등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데드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어지는 지면에서는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진행된 라이언 레이놀즈와의 인터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