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소신 있게, 경계 없이
2016-01-22
글 : 윤혜지
사진 : 백종헌
<나쁜 나라> <거미의 땅> 안보영 프로듀서

제작 <그리고 싶은 것>(2012)

프로듀서 <언더그라운드> 프리 프로덕션 중 <할머니의 먼 집>(2015) <홀리워킹데이>(2015) <소꿉놀이>(2014)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 <거미의 땅>(2012) <Jam Docu 강정>(2011)

배급책임 <나쁜 나라>(2015) <밀양 아리랑>(2014)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 <다이빙벨>(2014) <망원동 인공위성>(2013) <슬기로운 해법>(2013) <노라노>(2013) <탐욕의 제국>(2012) <그리고 싶은 것>(2012)

안보영 프로듀서는 최근 들어 ‘세월호 세대’라는 단어의 쓰임을 새삼스레 새기고 있다. “독립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서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어떤 역할로든 같이 머물러 발언하고 환기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나쁜 나라>의 배급을 끝으로, 그는 처음 몸담은 직장인 시네마달을 나왔다. “프로듀서로서 가볍게 움직이고 싶은 욕심”에서다.

‘위안부 이야기’를 그린 권윤덕 그림책 작가의 자취를 따르는 <그리고 싶은 것>, 세명의 기지촌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거미의 땅>,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대정부 투쟁기를 기록한 <나쁜 나라>까지 공교롭게도 줄곧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뤄왔다’는 우문에 안보영 프로듀서는 “처음부터 (소수자로 이름 붙은 이들을) 타자화, 대상화되는 사회적 약자로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구체적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대상들의 이야기를 해온 것뿐”이라는 현답을 돌려줬다. “사회적인 이슈나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많지만 작품을 하며 만나는 순간들로부터 감동과 영감을 받는다.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일상적이지 않은 순간을 맞게 되고 어렵사리 선택한 길을 곧게 가는 모습에 감동받는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수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를 다니며 연출을 공부할 당시 그의 “선생님”들은 <Jam Docu 강정>을 만들고 있었다. 감독들이 짬짬이 강정에 들러 촬영하는 일정이어서 프로젝트를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현장을 세팅할 사람이 필요했고, 안보영 프로듀서는 그렇게 처음 프로듀서 타이틀을 달았다. 전공은 연출이었지만 “영화를 둘러싼 세계를 만나는 과정에서도 감동과 영감”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그는 쭉 프로듀서로 머무르려 한 것 같다.

지난해 안보영 프로듀서는 2015 여성영화인상 다큐멘터리부문을 수상했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독립영화인’이 되었다(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와 공동 선정). 회사를 나와 “몸이 가벼워지니” 의욕과 책임도 절로 솟는 모양이다. 당장은 <홀리워킹데이>와 <할머니의 먼 집>의 배급을 준비하면서 김정근 감독의 신작 <언더그라운드>의 대상을 섭외하고 있다. “독립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액티비스트부터 연상하는 경향이 있는데 원칙과 소신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좀더 경계를 지워가며 활동하려고 한다. 근래 등장한 신진 독립영화인들과 함께 새로운 흐름과 활력을 만들어가고 싶다.” 여전히 세상엔 감춰지고 아픈 일이 많다. 올해는 그가 더 많은 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더 많은 이들의 손을 상냥히 잡아주길 바라본다.

달력과 만년필, 그리고 노란 리본

손때 묻은 달력과 만년필은 늘 지니고 다니지 않으면 “병적으로 불안해지는” 필수 아이템이다. “아날로그적 인간이라 일정 기록만큼은 필기로” 해야 한다며 만년필도 얇은 것과 굵은 것, 두 종류를 갖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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