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단정한 드라마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2016-01-20
글 : 문동명 (객원기자)

화가 알렉스(모건 프리먼)와 은퇴한 교사 루스(다이앤 키튼)는 부부가 된 이래 내내 함께 살았던 집을 팔고 이사하기로 한다. 부동산 중개인 조카 릴리(신시아 닉슨)의 도움을 받아 오픈 하우스를 준비하던 와중, 나이든 애완견 도로시가 아파 병원에 데려간다. 또한 집을 열기 하루 전,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잇는 윌리엄스버그 다리에서는 테러가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해 세간이 떠들썩해진다. 알렉스, 루스 부부의 집에는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집값은 기대를 밑돈다. 도로시의 증세는 심해지고, 테러의 위협은 점점 커진다. 집을 팔고 사는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알렉스와 루스는 각자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다.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 영화 <윔블던>(2004)과 <파이어월>(2006) 등 여러 장르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감독 리처드 론크레인의 새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단정한 드라마다.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대부분 실내에서 진행되는 영화에서 브루클린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알렉스와 루스가 특별히 모난 데 없는 성격으로 한가롭게 노년을 지내는 노부부라는 점은, 푸근함과 밋밋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리고 이 점은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점차 밋밋함으로 기운다. 애완견의 와병, 오픈하우스 중에 마주치는 갖가지 성격의 사람들, 한가로운 마을에 들이닥친 테러의 긴장 등 두드러지는 양념은 느긋한 이야기에 활력을 더할 것처럼 곳곳에 배치되지만 별다른 감흥을 보태진 못한다. 다양한 장르를 다뤄온 감독의 경력을 떠올린다면 아쉬움은 커진다. 큰돈이 들어가는 애완견의 병원비를 두고 두 사람의 날선 설왕설래가 이어지나 영화는 금방 갈등을 무마시키고 부부의 따뜻한 심성을 강조하는 데에 그친다. 집을 내놓고 구하는 중에 알렉스가 한 아이를 두번이나 만나지만, 알렉스와 루스의 첫 만남으로 돌아가는 플래시백으로서만 기능할 뿐이다. 왕왕 등장하는 플래시백은 인종 차이, 자식의 부재 등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대해 많은 걸 설명하려 하되, 서사의 얼개에 섞이지 않아 사족처럼 느껴진다. 다만 단조로움을 단조로움으로서 구현할 수 있는 베테랑 모건 프리먼과 다이앤 키튼의 연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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