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공포물이 더해진 심리 스릴러 <백트랙>
2016-01-20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정신과 전문의 피터(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딸 이비의 죽음 이후 악몽에 시달린다. 자전거를 배우던 이비는 피터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달려오던 차에 치여 사망했다. 딸을 잃고 방황하는 피터에게 선배 던컨 박사(샘 닐)가 자신의 환자 중 몇몇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녀 엘리자베스가 피터를 찾아온다. 말이 거의 없고 이따금 괴상한 소리를 내던 소녀는 ‘12787’이라는 의문의 숫자가 적힌 쪽지만을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진다. 피터는 사건의 단서를 얻기 위해 환자들의 차트를 뒤지던 중 1987년 고향 마을에서 일어난 열차 사고를 불현듯 떠올린다.

언뜻 자신의 트라우마를 다른 이들을 통해 극복하는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이런 이야기는 흔하다. 진부함을 벗어나기 위한 <백트랙>의 전략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심리 스릴러가 어울리는 이야기에 공포라는 장르적 외피를 덧씌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트라우마를 극복한다는 큰 줄기 사이사이에 또 다른 이야기를 엮으며 과정을 촘촘하게 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하거나, 또 다른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각각 한계를 지닌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 중 회피와 대체라는 심리 기제에 기댄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피터의 기억에 따라 재구성된 형성물처럼 보인다. 피터의 심리에 적극적으로 동화되기를 관객에게 요구하나, 결국에 남는 건 납작한 진실이다.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나 반전의 쾌감에 가닿기엔 조금씩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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