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필립 가렐 영화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2016-01-27
글 : 송경원

이해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는 부인 마농(클로틸드 쿠로)과 함께 작업 중이다. 더딘 작업에 지쳐갈 무렵 그의 앞에 지적인 대학원생 엘리자베스(레나 포감)가 나타나고 그는 어느새 그녀의 젊음에 빠져든다.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던 피에르는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엘리자베스가 우연히 마농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피에르를 떠보기 위해 알린 것이다. 피에르는 자신의 불륜도 잊고 아내의 외도 앞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포스트 누벨바그의 거장이란 명성에 겁먹지 않아도 좋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은 필립 가렐의 영화 중에서도 유난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필립 가렐 영화 중 프랑스에서 가장 흥행 성적이 좋았고, 그만큼 대중적인 화법으로 읽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필립 가렐의 인장이랄 수 있는 장면들, 특유의 스타일들이 녹아 있어 그의 팬으로서 파고들 여지도 충분하다. 이 작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사이’에 있다. 사랑과 소통의 불가능성을 전제로 도달 불가능한 것에 도달하기 위한 남녀의 몸부림, 위선, 오해와 변명, 몇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을 채워넣는다. 역설적이지만 완벽한 이해가 아닌 어렴풋한 짐작이 오히려 불안의 감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주인공의 내면을 대변하는 루이 가렐의 내레이션에 주목하면 더욱 풍성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필립 가렐 스스로 자신의 “B급 시리즈”라고 말하지만 메시지와 화법의 절묘한 균형점에 서 있는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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