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리 집에 가 있어.” 쥬세페는 아마도 여자친구 잔(루 드 라주)에게 이렇게 말했나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저택으로 그녀가 찾아오게 된 경위다. 쥬세페의 엄마 안나(줄리엣 비노쉬)는 그런 아들의 애인을 기꺼이 맞이한다. 하지만 저택에는 적막이 깃들어 있고, 잔은 이 무거운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얼마 전에 남동생이 죽었어”라는 안나의 설명과 함께 가까스로 상황을 받아들인 그녀는, 감감무소식인 쥬세페를 기다리기로 한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원제는 이탈리아어로 ‘L’attesa’(기다림)이다.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두 여자는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부활절에 온다는 남자친구를 맞이하려는 잔의 기다림과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엄마의 기다림은 다르다. 잔에게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은, 안나에게는 영원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죽은 아들과 달리 여전히 욕망에 가득 찬 육체를 가진 젊은 잔을 곁에 둔 채, 그녀는 아들이 살아 있던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 한다. 감당하기 힘든 안나의 비극은 이렇게 생동하는 젊음과 고여 있는 죽음의 대비라는 상징을 통해 극명하게 정체를 드러난다. <아버지를 위한 노래>(2011), <그레이트 뷰티>(2014)에서 파올로 소렌티노의 조감독이었던 피에로 메시나 감독의 작품. 캐릭터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스토리가 하지 않는 말을 표현해낸다. 안타까움과 경멸을 오가는 복잡다단한 표정으로 아들의 부재를 투영해낸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가 압권. 브루노 뒤몽의 <까미유 끌로델>(2013)의 엔딩 장면에서 보여준 강렬한 클로즈업 컷이 떠오르는 명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