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친구를 질투한 여성이 벌인 비극적인 사건 <멜리스>
2016-02-03
글 : 박소미 (영화평론가)

은정(임성언)의 딸 서아(김하유)를 돌봐주던 이모할머니가 갑작스레 일을 쉬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딸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서둘러 퇴근하던 은정은 경미한 교통사고를 낸다. 은정의 차에 부딪힌 상대는 결혼 후 연락이 끊겼던 동창 가인(홍수아)이다. 사고를 계기로 두 사람은 다시 가까워지고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가인이 서아를 돌봐주기로 한다. 은정은 우연히 가인을 만나 돌보미를 구하는 일이 해결되었다며 기뻐하지만 실은 모두 계획된 일이었다. 은정의 남편 우진(양명헌)을 오랫동안 흠모했던 가인이 계획적으로 은정의 가족에게 접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은정의 집에서 일하는 동안 가인은 자신이 갖지 못한 은정의 행복한 가정, 평온한 일상에 집착하며 점점 은정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김용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 <멜리스>는 친구의 삶을 질투한 여성이 벌인 비극적인 사건에 실화와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소재를 결합한 스릴러다. 사건의 형체가 드러나지 않은 전반부에서는 비교적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활력이 약해진다. 결말의 사건 자체가 충격적인 것과는 별개로 그 사건을 재현하는 방식에서 오는 긴장감이나 공포감이 예상만큼 강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설정은 필요한 지점에서 편의적으로 호출될 뿐 영화 전반에 설득력 있게 녹아들지 못해 제목이 뜻하는 악의(malice)의 전말이 드러날 때 의도한 만큼의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인의 조력자로 나오는 인물의 역할이 불분명한 것 등 디테일한 묘사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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