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 <동주>
모든 게 처음이다. 영화도, 연기도, 오디션을 본 것도 말이다. “나이에 맞는 순수함과 풋풋함 그 자체”인 배우를 찾았다는 이준익 감독의 의도엔 딱 맞아떨어졌다. 단 한편의 연기 경험도 없던 흰 도화지 같은 배우, 신윤주는 첫 필모그래피에 <동주>의 제목을 새겨넣었다. 동주(강하늘), 몽규(박정민)와 함께 문예지를 만드는 이화여자전문학교 학생 여진을 맡은 그녀는 “강하늘, 박정민 오빠와 항상 대화를 나누고 모르는 게 있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보면서” 백지 위에 여진의 윤곽을 그려갔다. 연기 수업을 받아본 적 없는 그녀에게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할 땐 감독을 믿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며 용기를 줬고, 그 말을 새긴 그녀는 “맞든 틀리든 자신 있게 지르는” 연기를 했다. “내가 확신이 없으면 화면에도 그 불안함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겠나. 한번 여진에 대한 상을 잡은 후에는 내 생각이 맞다고 믿고 연기에 임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하지만 “내 의견이 확실하면 밀고 나간다”는 그녀에게서도 어두운 시대 속에서 신념을 지니고 학우들과 문예지를 만들었던 여진의 강단이 느껴진다.
“맡은 일은 될 때까지 하는 ‘깡다구’”는 무용을 전공하며 다져졌다. 5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선화예중, 예고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며 무용의 길을 걸어온 그녀는 2014년 동아무용콩쿠르 은상을 수상하기도 한 재원이다. 바나나 반개로 하루를 버텨내고, 여행 한번 가본 적 없을 정도로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무용 연습에만 매달리며 살아온 결과였다. 그런 그녀가 연기자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연극 공연을 보러갔는데, 나를 본 심 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연기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왔다. 무용을 하고 있기에 처음엔 거절했다.” 그녀의 마음은 학교에서 들어본 연기 수업을 통해 달라졌다. “별 생각 없이 들어본 연기 수업이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 무용을 하면서는 몸으로만 표현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대사로 감정을 표출하니 해방감이 느껴졌다. 스스로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진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소속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주>에 캐스팅됐다. “같은 소속사 연기자들이 오디션을 보러 간다기에 구경 삼아 따라갔는데, 제작자인 신연식 감독이 이미지가 괜찮으니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합격 통보를 듣고 꿈인지 생시인지 싶었다. (웃음)” 어쩌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을 그녀는 더이상 우연에 기댈 생각이 없다. “생각보다 빠른 데뷔였다. 앞으로는 <동주>에서보다 작은 역할이라도 좋으니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다. 영화, 드라마, 장•단편 가리지 않고 오디션에 지원할 계획이다. 배우면서 내공을 쌓아가고 싶다.” 이제 막 필모그래피의 첫줄을 채운 그녀가 앞으로 지향하는 건 “가식 없고 꾸밈없는 배우”다. “예뻐야 한다는 허영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백지 위에 색을 덧칠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선연하게 드러내겠다는 이 신인배우가 그려낼 그림을 지켜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