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온갖 동물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 <주토피아>
2016-02-24
글 : 문동명 (객원기자)

디즈니의 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디즈니 특유의 고운 목소리가 채워진 세레나데보다 (성우와 주제가로 참여한) 샤키라의 시원시원한 댄스넘버가 더 어울리는 작품이다. 어릴 적부터 경찰이 꿈이었던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경찰학교에 들어가 당당히 수석으로 졸업한다. 온갖 동물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 주토피아에 자원한 주디는 의욕을 안고 출근하지만, 상사는 작은 토끼라는 이유로 주차관리 같은 소일거리만 시킨다. 따분하게 업무를 보던 주디는 아이스크림 불법 판매를 일삼는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를 알게 되고, 그와 함께 주토피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 실종사건을 추적한다.

<라푼젤>(2010)의 바이런 하워드와 <주먹왕 랄프>(2012)의 리치 무어가 공동연출을 맡은 <주토피아>는 두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장점들을 다시 한번 뽐냈다. 얼핏 여려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직한 여성 캐릭터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성큼성큼 제 앞길을 찾아나가는 서사는 <라푼젤>, 주연부터 조연 그리고 엑스트라에 이르는 캐릭터들의 특징이 생생히 살아 있는 점은 <주먹왕 랄프>의 성과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정작 두 주인공의 인상이 흐리다는 점은 얼마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회의 무시를 맑게 웃어넘기며 구김살 없이 경찰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주디와 사기꾼에서 충실한 조력자로 거듭나는 닉 모두 분명 보기 좋은 캐릭터지만, 지날수록 스케일과 메시지를 키워나가는 서사에 가려져 그 이상의 매력을 드러내지 못한다.

<주토피아>의 가장 빛나는 점은 “다름을 인정하자”는 중심 테마를 이야기 속에 자연히 녹여내는 전개에 있다. 처음엔 작은 동물인 주디를 무시하는 풍토를 그리는 것에서 작동하기 시작하는 테마는 실종사건을 추적하며 좌충우돌 벌어지는 어드벤처를 경유해 보다 진지한 방향으로 발전된다. 차별이 약한 자에게 가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강한 소수를 옭아매려는 약한 다수가 꾀하는 폭력으로도 발현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과정은, 이야기 구간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흡수해 끝내 본래의 대의를 보란 듯이 드러내는 박력으로 가득하다. 아이보다는 성인에게 더 크게 어필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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