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특유의 발랄함을 잃지 않는 다큐멘터리 <소꿉놀이>
2016-02-24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 자유로운 삶을 보고 자란 수빈. 대학을 뮤지컬 조연출과 통역 일을 하던 그녀는 남자친구 강웅과의 연애 중에 임신을 하고 곧 결혼식을 올린다. 마음씨 좋은 시부모님 덕분에 친정과는 전혀 다른 시댁 생활이 그저 즐겁기만 하던 것도 잠시, 딸 노아가 태어나자 상황은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애 보랴, 학교 다니랴, 돈 벌랴. 예술을 하겠다는 수빈의 꿈은 멀어져만 가고, 뮤지컬 배우인 남편은 요리사로 직업을 바꾸기로 하고 일본 유학을 결정한다. 수빈이 결혼생활에 지쳐가면서 원만하던 가족관계에도 갈등이 불거진다.

<소꿉놀이>는 인생살이를 에둘러 표현한 그 의미처럼 귀여운 다큐멘터리다. 임신 사실을 알고 고민하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주인공이자 감독인 김수빈이 남편과 촬영한 결혼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쾌활하게 늘어놓는다. 아이를 낳은 후 급변하는 육체와 부부관계에 대한 관심도 드러낸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매 순간을 담는 감독 부부를 비롯해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도 캐릭터가 뚜렷해 이들의 대화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군데군데 장난스러운 애니메이션 또한 명도를 밝힌다. 평화로운 초반을 지나 중반부에서는 수빈이 남편과 시어머니와의 날선 시간도 보내지만, 특유의 발랄함은 여전하다.

육아는 <소꿉놀이>에서 가장 무겁게 자리하는 키워드지만, 딸 노아가 성장하는 과정에 오래 시선을 두지 않는다. 아이가 쑥쑥 자라는 걸 바라보는 뿌듯함은 뒷전으로 밀어놓았다. 김수빈 감독은 대신에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꿈을 놓지 않으려는 20대 여성의 고민과 그로 인해 가족과 갈등을 경험하는 자신에만 철저히 집중한다. 그래서 아이가 훌쩍 자라 함께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에피소드가 더 예뻐 보인다. 거창한 화두를 던지는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육아와 생계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여성의 고된 현실을 환기하기에는 꽤 성공적이다. 엄마이자 한 개인으로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감독의 끈질긴 의지가 주는 울림이 크다. 2013년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선보였던 25분짜리 단편 <웰컴 투 플레이하우스>의 확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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