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작 <룸>
2016-03-02
글 : 이주현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날 아침 눈을 뜬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은 방 안의 사물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안녕 화분, 안녕 TV, 안녕 세면대….” 천장의 채광창이 그나마 답답함을 견디게 해주는 좁은 방에서 잭은 엄마 조이(브리 라슨)와 단둘이 산다. 태어나 방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잭에겐 이 방이 세상의 전부다. 방 안의 사물과 엄마만이 ‘진짜’이며 방 밖엔 우주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조이는 열일곱살에 납치돼 창고를 개조한 방에 갇혀 7년을 보냈다. 그동안 납치범 닉(숀 브리저스)의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됐다. 일주일에 한번 닉이 제공하는 식량에 의존해 살아가던 조이는 잭을 더이상 가두어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해 탈출을 계획한다. 탈출은 극적으로 성공하지만 세상으로 나온 그들에겐 매스컴의 카메라가 따라붙고 세상의 편견이 들러붙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에마 도노휴의 소설 <룸>이 원작이다. 근친강간, 납치와 감금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천진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내 세상의 명암을 도드라지게 보여주었던 원작처럼, 영화도 자극적인 소재에 천착하기보다 아이의 심리에 집중하는 쪽을 택한다(원작자 에마 도노휴가 영화 각본을 썼다). 영화는 아이의 시점숏을 자주 취하며 세상을 응시하는 아이를 자주 비춘다. 이것이 극적으로 사용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탈출 신이다. 카펫에 둘둘 말린 채 트럭 짐칸에 실린 잭은 처음으로 ‘진짜’ 하늘과 ‘진짜’ 구름 그리고 ‘진짜’ 강아지와 ‘진짜’ 사람을 마주한다. 잭의 심리적 충격과 급박한 상황이 맞물려 빚어내는 긴장감은 그 어떤 스릴러영화의 추격 장면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탈출 이후의 생활을 담은 후반부는 조이의 죄책감과 잭의 사회화에 무게를 두어 드라마를 전개시킨다. 좁은 방 안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이 시간들을 카메라는 단정한 앵글로 담아내면서 인물의 심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끔 한다.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2015), <겜블러>(2014), <숏텀 12>(2013) 등에 출연하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던 브리 라슨과 2006년생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놀라운 연기는 <룸>을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프랭크>(2014)를 만든 레니 에이브러햄슨이 연출했고,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