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65회 칸국제영화제 기간, 당시는 미하엘 하네케가 <아무르>(2012)를 통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던 때였다. 그때 찍은 인터뷰를 기점으로 다큐멘터리의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하얀 리본>(2009)의 북부 독일의 마을에서 <피아니스트>(2001)의 배경이 된 빈, 그리고 <미지의 코드>(2000)의 파리를 지나 데뷔작 <일곱 번째 대륙>(1989)에 이르기까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이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다큐멘터리 감독 이브 몽마외르는 촬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영화의 함의를 분석하는 대신, 연출 과정을 살피는 데 더 집중한다. 이자벨 위페르나 수잔느 로터 등 유명 배우들의 인터뷰가 객관적 자료들을 발설하면,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나 메이킹 필름 등 숨겨진 이미지들이 창작 방식의 비워진 틈을 메운다. 실상 하네케의 영화가 제작 과정의 흔적을 지우며 완성된다는 점에 비교하면, 이 다큐멘터리가 그의 창작 방식과 정반대 방향에서 연출가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사생활에 대한 언급이나 개별 영화에 대한 해석 없이, 오직 감독의 작업 방식을 주요하게 다루며 영화의 핵심을 드러낸다. 그런 면에서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인간’이 아닌 ‘감독’으로서의 모습에 더 집중하는 작품이다.
여러 비평가들이 지적하듯 하네케의 힘은 ‘비관적인 사색’으로부터 나온다. 이를 다큐멘터리는 ‘통제광’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때문에 영화 초반 등장하는 하네케의 유머러스한 모습은 당혹스러운 동시에 반갑다. 검은색 재킷만을 걸치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강박적 이미지와 청교도적 엄숙함이 조금이나마 상쇄되는 것 같다. 이렇듯 하네케가 카메라를 거부하지 않고 가볍게 응대한 것은 <베니의 비디오>(1992) 홍보차 방문했던 프랑스 소도시에서 이브 몽마외르와 맺었던 친분이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한 덕분이다. 2000년 <미지의 코드> 촬영차 파리에 왔을 때, 두 사람은 친해졌다고 한다. 그의 아카데믹한 창작 방식, 현장 리허설과 연극 수업을 통해 드러나는 드라마투르기의 접근법이 이 영화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드러난다. 비록 표면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 세기의 거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 정보들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