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기자인 혜리(박효주)는 외딴섬의 염전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그녀는 카메라 기자 석훈(이현욱)과 섬을 찾아가 취재를 시작하지만 염전집 아들(류준열)을 포함한 주민들은 두 사람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범죄의 증거들을 하나씩 찾으며 섬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과연 이 섬의 사람들이 숨긴 비밀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이 섬에서 벌어졌다고 하는 살인사건은 노예처럼 살아가는 일꾼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공정사회>(2013)를 연출했던 이지승 감독의 신작 <섬. 사라진 사람들>은 최근 큰 이슈가 됐던 ‘염전 노예’ 사건에 의문의 살인이라는 요소를 더한 범죄물이다. 여기에 감독은 또 하나의 연출적 특징을 더한다. 바로 파운드 푸티지 형식이다. 이야기의 많은 분량은 혜리와 석훈이 취재한 영상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감독은 이를 통해 생생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적극적으로 불어넣으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상투적인 연출 기법이 돼버린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좀더 세심한 연출이 필요했다. 아쉽게도 <섬. 사라진 사람들>에서는 굳이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써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를테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건의 전후 관계를 정리하는 대사들을 카메라 앞에서 혼잣말로 늘어놓는다. 또는 별것 아닌 상황이나 위급한 상황에서도 꼭 카메라를 켜놓아야 하는 이유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며 어색한 순간을 만든다. 즉 이 영화의 파운드 푸티지 기법은 영화의 내적 개연성을 해치며, 나아가 관객이 영화 속 사건이 아니라 이를 보여주는 카메라의 존재 자체에 더 신경을 쓰게 한다. 개성을 빚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객의 집중만 방해하는 것이다. 다행히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더이상 쓰지 않는 후반부에 이르러 잃었던 활기를 조금 되찾기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때는 영화가 거의 다 끝나버린 시점이다. 결과적으로 <섬. 사라진 사람들>은 관객이 영화 속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기술에 대한 반면교사의 예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