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성공 신화’로 포장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삶 <조이>
2016-03-09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조이(제니퍼 로렌스)의 삶은 즐겁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다. 어머니는 일년 내내 방에서 TV만 보고 있으며 아버지 루디(로버트 드니로)는 제멋대로에 이기적이다. 그런가 하면 조이의 전남편은 조이의 집에 얹혀살고, 이복언니는 사사건건 조이의 신경을 건드린다. 게다가 그녀는 혼자서 어린 딸과 아들까지 돌보아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든 건 현실의 무게 때문에 자신만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이는 작은 계기를 통해 ‘손 안 대고 짜는 밀대걸레’를 발명하고 TV홈쇼핑의 책임자인 닐(브래들리 쿠퍼)을 만나며 자신만의 성공을 꿈꾸기 시작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 <아메리칸 허슬>(2013) 등을 연출했던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신작 <조이>는 성공한 여성 기업인 조이 망가노의 실제 삶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가난한 가정주부였던 조이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꺾이지 않는 의지로 극적인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런데 영화는 단순히 그녀가 거둔 성공의 달콤함에 집중하지 않는다. 영화는 오히려 조이가 겪은 고생들에 더 집중하고, 심지어 그녀가 성공한 후에도 그렇게 순탄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걸 숨김없이 보여준다. 여기에 <조이>의 특별함이 있다. 데이비드 O. 러셀은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그늘을 보여주며 성공의 진짜 의미를 묻는다. 이를테면 이 영화는 조이가 걸레를 몇개나 팔았고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대신 그녀가 여러 장애물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사업에 그토록 열정을 쏟는 이유를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짜릿한 성공의 카타르시스는 없지만 좋고 나쁨의 잣대로 간단히 나눌 수 없는 한 인물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접근이 있다. <조이>의 이런 성과를 논할 때 제니퍼 로렌스의 탁월한 연기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이 영화에서도 한명의 인간이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상반된 성격과 감정들을 한꺼번에 모두 끌어안음으로써 작품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더 크게 열어놓는다. 결과적으로 <조이>는 이런 요소들에 힘입어 소위 ‘성공 신화’로 포장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인상적인 스케치를 완성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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