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살인마의 출소를 기다리는 세 사람이 있다 <널 기다리며>
2016-03-09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살인마의 출소를 기다리는 세 사람이 있다. 무죄로 판결난 혐의까지 밝혀내 처벌하려는 형사,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제보자, 그리고 피해자의 딸까지. 일곱건의 혐의 중 애인을 살해한 혐의 하나만 유죄로 인정돼 구속됐던 기범(김성오)은 15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다. 며칠 후 기범이 저지른 것과 유사한 패턴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형사 대영(윤제문)은 의심의 여지없이 기범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그의 뒤를 쫓는다. 기범에게 아버지를 잃은 희주(심은경)는 살인자가 죗값을 제대로 치르도록, 계획해온 구상을 실행에 옮긴다. 정체를 숨긴 15년 전의 제보자 역시 기범의 주변을 배회하며 그를 압박해오기 시작한다.

서로를 향한 복수 혹은 응징의 의지에 휩싸인 연쇄살인범과 형사, 피해자의 가족이 팽팽히 맞선다. 여러 면에서 감독이 각본과 제작으로 참여했던 <우리동네>(2007)가 떠오른다. <우리동네> 역시 복잡한 관계로 얽힌 인물들과 이들이 연루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유사범죄가 사건 도입부에 활용된다는 점을 비롯해 살인범들의 특징, 범행 방식 등 크고 작은 영화 속 설정들이 <우리동네>와 맞닿아 있다. 잔혹한 범행 방식과 기괴한 비주얼을 통해 폭력과 살인의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영화의 화법도 그대로다. <널 기다리며>에서 살인범들은 사연과 범행의 동기에 대한 설명이 간소화된 채 악한 이미지가 더 부각된다. 김성오와 오태경이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지만 불충분한 서사와 부족한 개연성마저 연기로 메우긴 힘들다. 인물들이 대치하거나 추격하는 신의 흡인력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 되는 점으로 미뤄봐도 영화는 스릴러의 장르적 외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을 뿐 범죄물로서의 촘촘한 서사를 구축하진 못한다. 반면, 주인공 희주가 취하는 사적 복수의 태도와 방식은 흥미롭다. 희주는 무능하기 그지없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판을 짜 응징의 시간을 갖는데 역설적으로 그가 추구하는 건 살인범이 공권력하에서 제대로 죗값을 치르는 거다. 형사였던 아버지의 과업을 수행하듯 복수를 진행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자기가 짜놓은 판으로 들어가는, 묵직한 마침표가 인상적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