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 <소년 파르티잔>
2016-03-09
글 : 문동명 (객원기자)

그레고리(뱅상 카셀)는 세상의 추함을 등지고자 몸을 피한 채 모여 살아가는 무리의 리더다. 그들만의 공간에 수잔나(플로렌스 메자라)와 그의 아들 알렉산더(제레미 샤브리엘)가 찾아오고, 그곳에서 성장한 알렉산더는 당연한 것처럼 암살 훈련을 받으면서 자라난다. 임무를 위해 외출하던 알렉산더는 점점 바깥세상에 이끌리고, 친구 중 하나가 그레고리가 만든 규칙을 따르지 않아 닭장에 갇히는 걸 보면서 자신의 공동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상을 꿈꾸며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는 명목으로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지도자. <소년 파르티잔>은 파시즘에 대한 은유를 평범한 방식으로 풀어낸 우화다. 무표정하지만 맑음을 감추기 어려운 아이 캐릭터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 역시 아버지를 극복하고 자기의 앞날을 개척하는 성장영화의 특징과 그리 멀지 않다. 아리엘 클레이만은 이 흔한 도식을 특유의 느린 리듬으로 설파한다. 암살 훈련과 실전 현장이 간간이 등장하지만, 현실을 고통스럽게 노출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알렉산더의 교육된 믿음이 서서히 부서지는 비가시적인 과정을 붙들고자 애쓴다. 아쉬운 건 이런 방향이 감독의 우직한 태도가 아니라 끓는점을 지나치게 유보한다는 느낌부터 안긴다는 점.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로 알려진) 대니얼 로파틴이 만든 앰비언트 사운드가 초장부터 긴장을 형성하는 것이 무색해질 만큼 <소년 파르티잔>은 변죽만 울리다가 익숙한 결론으로 성급히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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