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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내가 잘하고 잘 아는 것을 영화로 다룰 것”
2016-03-10
글 : 송경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무수단> 구모 감독

이색적인 이력이다. <무수단>의 구모 감독은 2013년 장편 데뷔작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에 이어 또 한번 한국군을 소재로 한 영화를 완성했다. 이쯤 되면 밀리터리물에 푹 빠진 장르영화 마니아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는 파리8대학 석사를 졸업하고 1998년 <가장 아름다운 날>(Le jour le plus beau)로 워털루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유학파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 성실한 감독이 두 번째 장편영화도 밀리터리 미스터리물로 선보이게 된 우여곡절을 들어봤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그의 모습에서 오래 공부한 영화학도의 모습이 묻어났다. 동시에 군대 이야기를 꺼내며 눈을 빛내는 걸 보니 그가 왜 굳이 밀리터리 영화를 연달아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시사를 마친 기분이 어떤가. 주변 반응이 궁금하진 않나.

=기술 시사 때는 대부분 우군들이라 좋은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다. 볼거리가 좀더 많았으면 하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최대한 소화하려 했다. 전체적으로 긴장감 있게 쭉 밀고 나간다는 평이 많았다. 엔딩 장면의 이지아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는 반응이 특히 기분 좋았다.

-언론 반응과 별도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보여주고 싶은 걸 전부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히 북측 부대의 복장이나 디테일이 남측 특임대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게 안타까웠다. 제작비 등의 현실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간 영화 등 매체에서 재현한 북한군의 스테레오 이미지를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관객이 더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사투리의 성조 등 디테일에 특히 신경 썼는데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두편 연달아 밀리터리 관련 영화를 찍었다.

=투자 제작이 성사되는 타이밍을 잡다보니 공교롭게 그렇게 된 것뿐이다. 사실 <무수단>의 시나리오가 데뷔작보다 먼저 완성되었는데 <군사통제구역 팔이공지대>보다는 규모가 있는 이야기다보니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하사로 제대했기 때문에 군 관련해서는 몸으로 배우고 익힌 경험치가 있어서 자신이 있다. 다만 굳이 영화적 취향을 꼽으라면 밀리터리가 아니라 미스터리 스릴러에 방점을 찍고 싶다.

-영화만 보고는 미국 장르영화에 짙은 영향을 받았을 줄 알았는데, 파리8대학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원래 전공이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입대할 때부터 제대와 함께 프랑스 유학을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군대는 내게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곳이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하사 제대 당시 군 동기들이 프랑스 유학에 필요한 학비를 흔쾌히 지원해준 덕분에 영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군대와 영화, 두 가지가 내 인생의 자양분이랄 수 있다. 비록 의도한 건 아니지만 밀리터리 관련 영화를 찍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도 남들이 안 하는 것, 내가 잘하고 잘 아는 것을 영화로 다룰 것 같다.

-밀리터리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는 건가.

=차기작은 코미디 톤의 스릴러를 계획 중이다. <비둘기 식당>(가제)이라는 작품인데, 이지아 배우도 오래전에 이 시나리오로 연을 맺은 적이 있다. 그녀는 자기 역할은 물론 큰 숲을 볼 줄 아는 좋은 배우다. 내 취향은 기본적으로 스릴러인데, 장 피에르 주네의 <델리카트슨 사람들>(1991)처럼 복합적인 정서가 녹아 있는 영화를 사랑한다. <무수단> 또한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는 점이 포인트다. 거기에 동료간의 뜨거운 전우애가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영화로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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