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찌를 때와 벨 때를 정확하게 아는 액션
2016-03-18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널 기다리며> 박정률 무술감독

무술감독 2016 <널 기다리며> <치명도수: RESET> 2015 <내부자들> 2014 <빅매치> 2013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미운 오리 새끼> <돈의 맛> <하울링> 2011 <통증> <모비딕> <체포왕> 2010 <아저씨>

누군가 영화 속 액션 컨셉이 무엇인가, 라고 물었을 때 두 인물이 시비가 붙어 싸울 때 주먹을 주고받는 동작의 스타일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저씨>로 한국영화 액션의 지평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킨 박정률 무술감독이 최근에 참여한 <널 기다리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등장하는 못된 놈들의 행동 양식을 연구했다” . 살인마들의 심리, 그러니까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쇄골에서 피가 솟구치면 예쁘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심리 패턴을 이용한 살인 동작을 연구한 것이다. 이를 영화 속 캐릭터에 적용해봤더니 찌르는 유형과 베는 유형으로 나뉘기도 했다. “살인마의 유형별 특징이 <널 기다리며>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는 박정률 감독은 매 액션 장면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노력했다. 한의사와 해부학 전문의를 만나 자문도 구하면서 급소를 찌르거나 베었을 때 어떻게 출혈이 되는지도 연구해 배우들의 동선과 연기에 적용시켰다. 육가공 칼을 소품으로 채택한 이유도 이러한 사실적인 액션 컨셉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몸을 그림자처럼 숨기는 연습이 기다린다. “어두운 방에 눈을 가리고 앉아 있는다. 그런 후 배우들보고 들키지 않게 들어와보라고 한다. 숨소리나 발자국 소리, 인기척으로 내가 그를 인지하는 순간 탈락이다. 그런 방식으로 몸을 가볍게 숨기는 법을 연구했다.” 이런 훈련은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널 기다리며>를 보며 살인 행위가 너무 자연스러워 섬뜩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박정률 무술감독의 꼼꼼함 덕분이리라. 그런데 박정률 감독은 복수의 순간을 15년 동안 기다려왔던 소녀, 희주 역의 심은경에게는 별다른 액션 컨셉을 주문하지 않았다. “일부러 훈련을 안 시켰다. 밝고 명랑한 소녀가 애초 살인 기술을 접한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김성오? 그에 대해서는 보탤 말이 없다. 나는 그가 뭘 할지 안다. 옆에서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스스로 고뇌하고 힘들어하면서 흉측하고 날카롭게 살을 빼왔다. 눈빛도 달라졌더라. 그래서 나는 배우의 움직임에 대해 딱 한마디만 했다. ‘더 작고 조용하게.’” 최근 창감독의 한•중 합작영화 <치명도수: RESET>을 끝낸 그는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액션도 맡았다. 액션 연기를 배우러 와서 이것저것 다른 분야에도 기웃거리는 후배들에게는 “액션만 파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설프게 다른 욕심이 생기면 자신의 몸에 드러난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는 그는 영화와 액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전제되면 더 좋겠다.

칼과 시나리오

<널 기다리며>의 액션 컨셉을 구상할 때 박정률 무술감독이 중요하게 여겼던 소품은 칼이다. 정육점에서 살과 뼈를 해체할 때 쓰는 육가공 전문 칼로, 날의 형태에 따라 살을 발라내거나 뼈에 근접한 근육을 걷어내는 등으로 쓰임새가 나뉜다. 이는 곧 영화 속 살인마들의 캐릭터에 반영됐다. 웬만한 신경 근육은 단번에 끊어내는 위험천만한 물건이라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