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0년간 방영됐던 영국 드라마 <스푹스>의 영화판 <스푹스:MI5>
2016-03-16
글 : 문동명 (객원기자)

2002년부터 10년간 방영됐던 영국 드라마 <스푹스>의 영화판이다. 드라마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했던 바랫 낼러리가 감독을, 최근 시즌 몇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던 조너선 브래클리, 샘 빈센트 콤비가 각본을 맡았다. 주요 캐릭터를 미련 없이 내치기로 유명한 <스푹스>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끝내 시리즈를 지켜온 MI5의 영원한 대들보 해리 역의 피터 퍼스가 전반을 장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영화로서 전혀 새로운 방향을 택하기보다 원작과의 흐름을 고려한 듯한 라인업. 하지만 그 결과물은 사뭇 다르다.

영국 특수정보국 MI5는 1급 테러리스트 카심(엘리스 가벨)을 수송하던 중 갑작스러운 공격에 부딪혀 테러리스트를 풀어주게 된다. 조직의 존폐가 갈릴 만큼의 위기 상황에서 괴로워하던 대테러부장 해리(피터 퍼스)는 자살로 위장하고 잠적한다. 카심은 MI5와 영국을 상대로 테러를 선포하고, MI5는 아직 신분이 알려지지 않은 전직 요원 윌(키트 해링턴)에게 해리를 추적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테러리스트 탈주 사건에 대해 의심하던 해리는 조직 내부에 스파이가 있음을 알아채고 윌에게 접근하고, 윌은 죽은 아버지와 연이 있는 해리를 따르면서도 테러리스트와 거래한 사실을 알고 그에 대한 의심을 놓지 않는다.

민첩한 전개를 자랑하는 오프닝은 시리즈 초심자조차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팀워크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강조되는 초반과 달리, 중반 이후는 해리와 윌의 활약상으로만 채워진다. 애초의 방식을 뭉갠 채 진행되는 영화는 서사상으로도 반전을 반복한다. 심지어 주인공 해리조차 믿을 수 없도록 밀어붙이는 반전의 연속은, 두 사람의 고군분투만이 이어지는 소박한 전개에도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다만 이런 방향은 러닝타임을 더할수록 영화의 규모가 줄어드는 게 빤히 보여, 런던 전체를 집어삼킬 만한 극적인 긴장을 형성하지 못한다. 사회보다는 개인의 감정에 수렴해가는 전개는 테러를 소재로 국제사회의 위기감을 강조해왔던 원작의 정체성과도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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