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상처받은 이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행위 <너는 착한 아이>
2016-03-23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초등학교 교사 오카노(고라 겐고)는 반 아이들이 일으키는 고약한 말썽과 부모들의 무례한 태도에 매일매일이 힘겹다. 교사로서의 사명감도 자꾸만 희미해져 가던 어느 날, 방과 후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혼자 남아 있는 소년을 발견하고 다가가 말을 건다. 엄마가 일하러 간 오후, 새아빠와 함께 지내야 하는 소년은 집에 돌아가기가 무섭다. 엄마가 두려운 소녀도 있다. 사람들에겐 상냥하기 그지없는 미즈키(오노 마치코)는 어린 딸에겐 더없이 가혹한 엄마다. 하지만 또래 아이를 키우는 이웃집 친구 요코(이케와키 지즈루)를 알게 되면서 미즈키의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간다.

재일동포 3세 오미보 감독이 만든 <너는 착한 아이>는 ‘아동학대’라는 민감한 소재를 담고 있지만 이 소재로 이목을 끌어보려는 못된 야심이 없는 보기 드문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원인을 무리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도,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 심판하려는 태도도 없다. 대신 오미보 감독은 최선을 다해 상처받은 이들을 위안하려고 애쓴다. 그 마음이 참 착하다.

영화는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준다. 오카노가 소년을 만나 겪는 이야기와 아기 엄마 미즈키의 이야기가 아동학대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양 측면을 나누어 보여준다면, 그 두 가지 이야기를 아우르는 것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자폐증 소년의 이야기이다. 남편이 떠나고 혼자 남겨진 할머니는 치매로 깜빡깜빡 기억을 놓는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자폐증 소년을 돌보게 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 오미보 감독은 서로 다른 세개의 이야기를 억지로 묶어내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할머니가 소년에게 건네는 속 깊은 온기를 오카노와 미즈키가 나누어 갖도록 만든다. 이때 상처받은 이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행위가 세개의 이야기 속에서 공명한다. 서로 마주치지 않는 세개의 이야기가 흩어짐 없이 한편의 영화 안에서 공존 가능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아이가 학대받는 몇몇 장면에서 오미보 감독은 극도로 절제된 감정으로 카메라가 서야 할 위치를 침착하게 찾아냈는데, 그 선택의 진중함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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