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00만달러로 3억7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어마어마한 성공 사례를 기록한 로맨틱 코미디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2)의 속편. 시리즈의 히로인 툴라 역의 니아 바르달로스가 이번에도 각본을 맡았고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2005), <임신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2012) 등 가족 드라마를 꾸준하게 연출해온 커크 존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14년 만에 선보이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2>는 이야기 역시 전편에서 그만큼 시간이 흐른 시점의 별난 그리스 가족을 따라간다.
결혼 17년차에 접어든 툴라(니아 바르달로스), 이안(존 코벳) 부부. 딸 패리스(엘레나 캠푸리스)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유별나지만 대학 진학을 앞둔 패리스는 부모의 과잉보호가 부담스럽다. 학교에서 무슨 일만 생겼다 하면 우르르 몰려와 망신살만 더하는 대가족도 창피할 뿐이다. 참다못한 패리스는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며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원서를 넣었다고 선언한다. 한편 툴라의 아버지 거스(마이클 콘스탄틴)는 알렉산더 대왕의 직손임을 증명하기 위해 ‘조상 찾기’를 하던 중 아내 마리아와 혼인신고도 처리하지 않은 채 함께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전작은 그리스인 툴라가 보수적이고 오지랖 넓은 가족들 등쌀에 밀려가며 미국인 이안과 다사다난한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엉뚱한 가족들과의 에피소드에 눈을 돌리면서도 툴라에게 향하는 구심점을 지켰던 것과 달리 <나의 그리스식 웨딩2>는 툴라보다는 그 가족들에게 고루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이야기의 중심인 ‘결혼’의 주인공이 거스와 마리아라는 설정에서부터 드러난다. 툴라와 이안의 귀여운 로맨스처럼, 저마다 다른 특색으로 존재를 뽐냈던 캐릭터들의 복작복작한 활약상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접근이다. 이번에도 결과는 만족스럽다.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쉼 없이 나타나고 후딱 해결되는 와중에도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가족애와 개인의 삶을 모두 존중하는 뜻은 확연히 살아 있다. 무뚝뚝하고 고집불통인 아버지가 딸에게 “네 엄마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잠들 수가 없다”고 고백하는 모습이 그저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