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폭력으로 동급생들 위에 군림하는 세준(최태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그에게도 마음을 내주고픈 친구가 생긴다. 그 대상은 어리숙하고 소심한 전학생, 윤재(김시후)다. 세준은 돈이 필요하다며 일자리를 구하려는 윤재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일종의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일이라는 세준의 말이 미덥지 않지만 윤재는 높은 수입에 혹해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발을 들인 후 알게 된 일의 실체는 윤재의 상상 이상이다. 만취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간 범죄에 다리를 놓아주는 일이었던 것. 이후 윤재의 실수를 계기로 그들의 은밀한 범죄는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불우한 환경의 굴레에서 고투하는 두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나, 정작 마음이 가는 캐릭터는 없다. 윤재는 의도치 않게 범죄에 발을 들이게 됐고 둘 다 각자의 사연에서 비롯되는 나름의 동기가 있지만 범죄임을 자각하고도 판단을 유보하고 오히려 그 중심으로 한발 더 내딛는 그들의 행동은 설득력을 담보하지 못한다. 죄책감을 느끼는 윤재와 달리 세준은 시종일관 무디고 냉혹한 태도로 일을 처리하는데 그런 세준에게도 소년 같은 면모가 있음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된 설정들은 작위적으로만 느껴진다. 영화는 시사 프로그램에 보도되며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성범죄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환기하고 시사점을 드러내기보다는 영화의 극적인 면모를 부각하기 위한 소재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다. 범죄의 여파가 점점 더 두 인물을 옥죄는 가운데 서로를 향한 복잡한 감정과 오해가 쌓여가는 과정이 함께 그려진다. 서로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과 동등하지 못한 애정의 정도, 범죄를 대하는 상이한 태도들은 그들의 우정을 다른 양상으로 이끈다. 예민한 태도로 우정에 목을 매는 세준의 모습은 <파수꾼>의 기태(이제훈)를 연상케 한다. 후반부에 다다라 둘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파국을 맞는데 좀처럼 사건의 개연성이 와닿지 않는다. 주인공들조차 뭐라 설명하기 힘든 사건의 영문은 관객에게도 의문으로 다가올 여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