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폐쇄된 공간에서 벌이는 진실게임 <고백할 수 없는>
2016-03-30
글 : 박소미 (영화평론가)

영화감독 병철(배성우)은 준비 중인 작품의 자료조사를 위해 인터뷰를 해줄 고등학생을 찾는다. 인터뷰에 응한 세영(정성일)은 병철의 고급 빌라로 초대받는다. 병철은 보드카를 내오며 세영의 긴장을 풀어주려 한다. 하지만 보드카 속에는 수면제가 들어 있었고, 얼마 뒤 세영은 손발이 묶인 채 카메라 앞에서 깨어난다. 병철은 인터뷰를 가장해 세영을 집으로 끌어들인 속내를 밝힌다. 병철은 하나밖에 없는 딸 나래(한제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다 우울증에 걸렸다며, 나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세영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추궁한다. 하지만 세영은 결백을 주장한다. 이후 세영이 나래에 관한 비밀을 알고 있단 사실이 밝혀지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최인규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백할 수 없는>은 집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릴러다. 병철과 세영이 밀폐된 공간에서 일종의 진실게임을 벌이며 상대의 목을 조여가는 것이 영화의 기본 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이 왜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나지 못하는지에 대해 영화가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한다. 더불어 공포감이나 긴장감은 시종일관 인물들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점점 더 자극적인 설정을 더해가며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 짙어지는 것은 섬뜩함이 아니라 피로감일 것이다. 주연을 맡은 배성우의 노력 또한 내내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내야 하는 평면적인 설정에 가로막혔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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