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관계에 균열이 생긴 네 친구 <수색역>
2016-03-30
글 : 김성훈

1999년 서울 수색. 윤석(맹세창), 상우(공명), 원선(이태환), 호영(이진성)은 사이 좋은 불알친구다. 그들이 나고 자란 수색은 월드컵경기장이 건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매립지가 있던 곳으로 꽤 유명한 동네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가 결정되면서 수색 근처에 있는 난지도가 재개발 사업의 노른자위로 주목받자 재개발 관련 업자들이 그곳에 몰려든다. 원선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고 주먹깨나 쓴다는 이유로 재개발 사업자 밑에서 일한다. 어느 날, 네 친구가 불광천에서 술을 마시던 중 상우와 원선이 시비가 붙는다. 그 과정에서 상우에게 뒤에서 가격당한 원선은 병원에 실려간다.

<수색역>은 한때 절친했지만 어떤 일을 겪으면서 균열이 생긴 네 친구의 관계를 그리는 이야기다. 엄마와 함께 채소 장사를 하는 윤석, 고물상 아버지를 돕는 상우, 재개발 사업자 밑에서 일을 하는 원선의 사연이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밝은 미래 없이 거칠게 살아온 그들은 개발 광풍이 막 불어 들떠 있는 가난한 동네 수색과 닮았다. 네 친구의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건 원선과 상우다. 상우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김시은)와 사귀는 원선을 보고 못마땅해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상우와 원선이 다투던 중, 원선이 다치면서 네 친구의 관계는 복잡하게 꼬인다. 엇갈린 우정이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사건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네 친구를 연기한 맹세창, 공명, 이태환, 이진성 등 신인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다. <수색역>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한 최승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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