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욕에 사로잡힌 변호사 벤(조시 더하멜). 옳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벤은 흥미로운 사건을 하나 접한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피어슨사가 자사 제품의 FDA 승인을 위해 실험결과를 왜곡해왔다는 것. 그 증거가 담긴 USB 파일을 건넨 제보자는, 다름 아닌 그의 전 여자친구 에밀리(말린 애커먼)다. 피어슨사의 회장 데닝(앤서니 홉킨스)과 애인 사이였던 에밀리는 추악한 비리로 뒤덮인 데닝의 본색을 드러내려 한다. 변호사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싶은 벤은 승소 혹은 퇴사의 도박을 걸고 사건을 떠맡는다. 벤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어느 날, 에밀리가 벤의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제약회사의 비리를 둘러싸고 비리의 주체, 내부 고발자, 변호사, 로펌 사장 등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는 범죄 스릴러다. 하지만 범죄물이라는 분류가 무색하게도 헐거운 전개로 일관한다. 거듭되는 반전에 영화의 방점을 찍으려는 듯하지만 그마저도 탄탄한 토대 없이 제시돼 감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클라이맥스에서 급작스레 주인공과 제3자의 관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국면 전환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불필요한 설정들도 중간중간 극의 흐름을 끊는다. 제보자의 사디스트적 면모나 해결사가 시한부라는 설정은 캐릭터의 본질을 흐리게 하거나 촌스럽게 여겨질 뿐이다. 범죄물에 맞지 않는 허술한 설정들도 마찬가지. 거대 제약회사의 비리 행적이 고스란히 담긴 USB 파일을 그의 애인이 ‘우연히’ 얻는 것부터 그렇다. 사건에 깊이 연루돼 있던 제3의 인물도 주인공 조력자의 해킹으로 갑작스레 제시되는 식이다.
앤서니 홉킨스, 알 파치노 같은 명배우들의 연기는 제대로 음미하기엔 그 등장이 짧게 느껴진다. 이병헌은 해결사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캐릭터 자체의 한계로 아쉬움이 남는다. 캐릭터의 살벌한 기운을 강조하기 위해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신에서 에너지를 다하고 정작 클라이맥스에서는 다소 허무한 결말을 맞는다. 위태로운 오토바이 엔진 소리와 영화 내내 흐르는 급박한 음악이 긴장감을 돋우려 하지만 관객의 몰입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