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이면 <라스트 홈>
2016-04-06
글 : 이예지

“100명 중 1명만 방주에 타는 거야. 나머지 99명은 가라앉는 거지.” 부동산 브로커 릭 카버(마이클 섀넌)의 대사는 부동산 대공황 사태를 다룬 <라스트 홈>을 관통한다. 영화는 2007년 미 전역을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을 차압당한 이들과, 은행을 대신해 주택담보 연체자들의 집을 차압하는 부동산 사업자 양쪽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조망한다. 사건의 중심엔 주택담보 연체자인 데니스 내쉬(앤드루 가필드)가 있다. 어머니와 어린 아들과 살던 데니스는 차압 당일, 갑자기 들이닥친 릭 카버 일당에 의해 집에서 쫓겨난다. 데니스의 근성을 높이 산 릭은 자신과 같이 일할 것을 제안한다. 집을 되찾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집을 강제 차압해야 하는 데니스는 모순적인 괴로움에 빠지고, 개인에게는 소중한 집 한채가 부동산과 은행, 정부, 투자자들에겐 큰 판에서 놀아나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라스트 홈>은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뤘다는 점에서 <빅 쇼트>(2015)와 한궤에 있지만, 전혀 다른 층위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다. 이 사태를 역이용해 기지 있게 돈을 번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빅 쇼트>와 달리, <라스트 홈>은 홈리스가 된 당사자들의 민낯을 그려낸다. 전자가 흥미로운 숫자의 세계라면, 후자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실존의 세계이자 생활의 세계다. <불법 카센터>(2007) 등 미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이면을 그려온 라민 바흐러니 감독은 실제로 주택 퇴거를 지시한 보안관과 부동산 브로커, 집을 뺏긴 인물들을 배우로 기용해 실재를 온전히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여기에 영화는 피해자가 집행자가 되는 딜레마를 안게 된 인물을 내세워 서사를 구축한다. ‘흙수저’ 출신의 매력적인 악역, 릭 카버도 빼놓을 수 없는 극적 요소다. 그러나 진중한 접근과 달리 극을 이끌어가는 드라마는 약하다. 데니스는 시종일관 혼란에 빠져 있고, 서사는 그의 심리를 따라 빙빙 맴돈다.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릭 카버 역의 마이클 섀넌에게 LA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을 안기기도 한 작품. 영화 제작사 엠씨엠씨가 판권을 사 한국 버전의 리메이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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