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게 칠레 코피아포 지역 사람들에게 금과 구리를 제공했던 산호세 광산이 무너진다. 마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작업 중이던 33명의 광부들은 그대로 지하 700m에 갇힌다. 광산의 소유주는 사고를 은폐하려 하지만 광부들의 가족은 진상 규명과 구조 작업을 요구한다. 애초 정부는 민간 광산이라는 이유로 즉각적 개입을 주저하지만 현장에서 가족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은 광업 장관 골보르네(로드리고 산토로)는 최선을 다해 이들을 구조하겠다고 약속한다. 한편 지하 700m 대피소에 갇힌 광부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드릴 소리에 희망을 가지며, 소량의 식량을 나눠 먹고 함께 기도하면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린다. 매몰 17일째, 이들은 지상의 가족들에게 생존 사실을 알리게 되지만, 지상으로 나가는 데 3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실제로 2010년 8월 칠레 산호세 광산이 붕괴됐다. 그리고 69일 만에 33명의 광부 전원이 구출됐다. <33>은 이 믿기지 않는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일반적 공식을 따르는 대신 실화의 힘에 온전히 기댄다. 재난의 과정이 스펙터클로 소비되지 않으며 난세의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리오를 중심으로 한 지하의 광부들, 골보르네를 중심으로 한 지상의 사람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그렇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룬 기적은 그 자체로 놀랍고 감동적이다. 33인의 구조를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칠레 국민들, 정치적 계산이 아닌 도의를 우선시하는 관료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가 겹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그 기적이 감동의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