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벽을 사이에 둔 ‘다툼’ 혹은 ‘대화’ <최악의 이웃과 사랑에 빠지는 방법>
2016-04-06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사람들과 엮이기 싫어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남자(클로비스 코르니악). 그의 주특기는 새로 이사 오는 이웃을 내쫓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달리 예민한 성격에다 그의 집과 옆집 사이의 벽은 너무 얇아 모든 소음을 그대로 전한다. 이웃은 남자의 작업에 방해가 되는 존재일 뿐. 어느 날, 피아니스트 지망생인 여자가 옆집으로 이사 온다. 밤마다 벽쪽에서 들려오는 괴기스러운 소음의 정체를 알게 된 여자는 못지않은 소음으로 대응한다. 믹서, 칠판, 메트로놈 등을 동원한 여자와 남자의 소음 전쟁은 작업시간을 나눠 쓰는 것으로 합의에 이른다. 이후 여자의 연주에 남자가 무심코 조언을 건네며 벽을 사이에 둔 ‘다툼’이 아닌 ‘대화’가 시작된다.

‘소음’ 하면 자연스레 ‘공해’라는 단어가 따라붙지만 소음 속에 담긴 정보들을 오히려 연애의 단초로 삼는, 독특한 발상의 로맨틱 코미디다. 얼굴은 물론이고 서로의 이름조차 몰라 ‘아무개씨’, ‘모모씨’로 칭하는 연애의 풍경이 낯설지만 그런 점들이 영화의 개성으로 자리한다. 지나치게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신감을 잃은 여자, 연인을 잃고 타인과 교류를 끊은 남자 등 캐릭터들의 사연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인물들의 다소 과장된 행동에 달리는 주석도 충분한 편이다. 가장 눈길을 잡아끄는 건 엉뚱한 매력이 돋보이는 여자 캐릭터다. 수줍음 속에 내재된 과감한 면모가 <아멜리에>(2001)의 소심한 괴짜, 아멜리에를 떠올리게 한다. 벽을 매개한 한 데이트가 색다른 재미를 주는 가운데 결말에 이르면 모든 관계 속에 내재된 ‘벽’의 이중적인 의미를 되짚으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