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부모의 사랑을 장르물로 그리다
2016-04-12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제프 니콜스 감독의 신작 <미드나이트 스페셜>
<미드나이트 스페셜>

제프 니콜스 감독의 신작 <미드나이트 스페셜>은 장르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부모의 절절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샷건 스토리즈>(2007)와 <테이크 쉘터>(2011), <머드>(2012) 등으로 미국 독립영화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제프 니콜스는 자신의 8개월 된 아들을 보며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한다.

영화는 어린이 납치 사건 뉴스가 보도되는 허름한 모텔방에서 시작한다. 로이(마이클 섀넌)와 루카스(조엘 에저턴)는 분주하게 짐을 챙긴다. 싱글침대 사이에는 수영고글을 쓴 아이가 플래시라이트를 비추며 만화책을 읽고 있다. 관객은 곧 뉴스 속의 주인공인 바로 이 8살짜리 소년 알튼(제이든 리버허)이며, 로이의 아들이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휘말린 것은 뉴스 보도처럼 간단한 사건이 아니다. 이들은 알튼이 납치됐다고 믿는 지역 경찰은 물론, 알튼과 로이가 탈출한 종교 극단주의단체의 추종자들, 그리고 FBI와 NSA의 추격을 받는다. 극단주의자들에게는 메시아로, 연방정보요원들에게는 첩자로 의심받는 알튼. 과연 이 소년의 실체는 무엇이고, 로이는 이런 아들을 데리고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감독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대신, 최소한의 대사와 영상으로 관객의 호기심과 추리력을 자극한다.

<미드나이트 스페셜>은 제프 니콜스의 전작을 통틀어 “가장 대사를 절제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극적 구성이나 엔딩보다는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둬, 영화 고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존 카펜터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80년대 SF영화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영화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들이 많다. 경찰의 추격을 막기 위해 나이트비전 고글을 쓴 루카스가 헤드라이트를 끄고 질주하는 장면, 점점 약해지는 아들을 꼭 안고 벌판에 서 있는 로이의 모습 등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강렬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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