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암전된 화면 속에서 들려오는 어떤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쌩쌩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처럼 들리지만, 컷인되면 그것이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세찬 물소리임이 드러난다. 그와 동시에 샤워기 물을 맞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정도로 앙상한 여성의 몸이 나타난다. 그 옆에는 그녀를 씻기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호스피스 간호사 데이비드(팀 로스)다. 그는 환자의 몸을 구석구석 씻기고 물기를 닦아주고 옷을 입히는 등의 과정을 충실히 수행한다. 데이비드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환자의 자택에 머무르며 환자를 돌본다. 그의 충직함과는 관계없이 때가 되면 환자들은 죽어가고, 그는 또 다른 환자의 집으로 옮겨간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간호사와 환자의 관계를 다룬 익숙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감독은 실제 자신의 할머니가 임종할 때까지 그녀를 헌신적으로 돌본 간호사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시나리오를 썼다. 애초에 여성이던 캐릭터는 팀 로스의 적극적인 구애로 남성 간호사로 바뀐다. 남성 호스피스로서 팀 로스의 존재감은 이 영화의 독특함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표정을 지운 채 그저 묵묵히 움직일 뿐인 데이비드의 신체는, 죽음을 향해가는 환자의 신체보다 더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홀리모터스> <휴머니티> 촬영감독 출신 이브 케이프의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집요한 카메라는 데이비드의 무미건조한 신체언어와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매번 각본을 겸해온 감독 미셸 프랑코는 자신의 세 번째 장편인 이 영화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