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 Review <촉산전>은 정말 이상한 무협영화다. 이 영화에는 검과 하나가 돼 수묵화 같은 선을 그리며 대기를 가르는 강호의 고수나 존재하는 것만으로 이미 현실을 초월한 듯 장대한 대륙의 풍광이 없다. 허상만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물질은 힘을 가질 수 없는 세계. 싸늘한 칼날 대신 전기뱀장어처럼 요동치는 빛줄기가 공간을 휘감고, 부서져나간 사람의 조각들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영원히 이어가는 세계가 바로 촉산이다. 이 산봉우리들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꿈이라 쳐도 아주 황당한 꿈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촉산전>은 또한 매우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감독 서극은 이미 1983년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촉산>을 만든 적이 있다. <촉산>은 과도한 특수효과 때문에 무협영화의 이단아 취급을 받았지만, 서극은 영 양이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는 “그곳에는 아직도 채워야 할 공간이 많았고, 누구도 보지 못하고 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었다”는 말로 자신이 <촉산전>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생전 처음 보는 이 기묘한 스펙터클이 상상 속에서만 무협지의 기운을 체험한 관객을 매혹시키는 동력이 됐다. 칼을 뽑지 않아도 검기(劍氣)만으로 천지를 흔들 수 있는 고수들의 무공이 종잇장을 뚫고 뛰쳐나와 생명을 얻은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가깝긴 하지만 <촉산전>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무협의 세계를 삼차원으로 재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웬만해선 이해할 수 없는 줄거리 역시 무협지와 비슷하다. 마치 열권 분량의 무협지처럼, <촉산전>은 전혀 연결되지 않는 에피소드들이 뻔뻔스럽게 붙어 있고 낯뜨거운 대사들이 횡행한다. 영원히 죽지 않는 <촉산전>의 영웅들은 끝날 줄 모르는 세월을 살면서 정의를 수호하고 우주의 진리를 찾아 헤맨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지만, 어마어마한 용량을 지닌 상상의 세계에선 용서가 되는 영화. <촉산전>은 이처럼 아주 많이 이상한 영화다. 김현정 para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