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적과 동지의 분간이 무의미한 범죄세계 <트리플 9>
2016-04-20
글 : 박소미 (영화평론가)

“그 여자가 내 목덜미를 잡고 있는 기분이야.” 마이클(치웨텔 에지오포)이 이끄는 범죄조직은 냉혹하기로 악명 높은 마피아 보스 아이리나(케이트 윈슬럿)가 맡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경찰 내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마이클은 종종 거래를 해왔던 현직 경찰 마커스(앤서니 마키)와 프랑코(클리프턴 콜린스 주니어)를 끌어들인다. 이들은 아이리나가 원한 물건을 손에 넣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이리나는 약속했던 수당 대신 마이클 가족의 목숨을 위협하며 까다로운 일을 하나 더 맡긴다. 아이리나가 말한 기밀문서를 얻기 위해서는 국가보안시설 내부로의 잠입이 필요하다. 마이클 일당은 경찰을 따돌리고 건물로 침입할 시간을 벌기 위해 “999코드”, 즉 경찰이 피살되었을 때 도시 전체 경찰력을 해당 지역으로 총출동시키는 명령 코드를 이용하기로 한다.

존 힐코트 감독은 <트리플 9>에서 적과 동지의 분간이 무의미한 범죄세계의 비정함을 담아내려 한다. 오프닝의 붉은 조명과 어둠 속의 음산한 대화, 탁한 시야는 영화가 지향하는 정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후 존 힐코트는 마피아, 갱단, 범죄조직, 경찰이 서로 친구, 가족, 동료의 이름으로 복잡하게 얽힌 관계도를 그린 다음, 그것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조각난 정보를 관객에게 한 조각씩 느리고 음울한 템포로 알려준다(전반부의 이야기가 모호하고 좇아가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장대하게 계획된 밑그림이 드러난 이후의 전개는 실망스럽다. 차갑고 냉혹한 결말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인물들이 빠르게 죽어나가는데 그에 비해 서사적인 설명은 앙상하게 급조된 느낌이다. 전작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2012)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서브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를 통해 서사가 촘촘하게 메워진다기보다는 헐겁게 분산되는 것처럼 보인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보스로 분한 케이트 윈슬럿, 인상적이었던 TV드라마 <트루 디텍티브>에 이어 다시 한번 형사 역할을 맡은 우디 해럴슨 등 캐스팅 면면은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결말로 향할수록 상투적으로 기능하는 캐릭터 때문에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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