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용기 있는 선택이 빚어낸 반짝이는 순간들 <하나와 미소시루>
2016-04-27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유방암 투병 전력으로 출산이 힘든 치에(히로스에 료코)에게 기적적으로 아이가 들어선다. 치에는 재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낳는다. 부부는 꽃처럼 모두에게 사랑받으라는 마음을 담아 아이에게 하나(꽃)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예상대로 치에는 다시 투병 생활을 시작하게 되지만 현미와 미소시루(된장국)를 기반으로 한 식생활 덕분에 치료에 성공한다. 하나가 보육원에 다닐 나이로 성장하는 사이, 정기검진을 미루던 치에에게 병이 재발한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치에는 하나에게 미소시루 만드는 법을 알려주며 딸아이와 남편의 건강한 일상을 미리 돌본다.

영화는 동명의 논픽션 에세이를 원작으로 한다. 이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투병 생활을 시작한 치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현미 생활’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만들어 일상을 기록했고 남편 싱고가 그 내용을 에세이로 엮어냈다. 부부가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치에의 암 선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결혼, 기적 같은 임신과 출산까지를 빠르게 훑고 난 후, 반복되는 투병과 치료, 그리고 가정생활을 담담한 톤으로 묘사한다. 출산으로 인한 재발을 두려워하는 딸에게 “죽을 각오로 낳으라”고 말하는 치에의 아버지, 감상적인 위로 대신 호쾌한 웃음과 함께 치료비를 건네는 싱고의 친구 등 치에 가족을 든든히 지원하는 주변 캐릭터들은 평범한 서사에 비범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용기 있는 선택이 빚어낸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한 치에의 삶을 보고 있자면 치에의 마지막 한마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운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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