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는 러시아의 다큐멘터리 감독 비탈리 만스키가 러시아, 독일, 체코, 라트비아, 그리고 북한의 지원을 받아 연출한 작품이다. 8살 소녀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시작된 영화는,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소상하게 보여주면서 문을 연다. 광장에 다 같이 모여 체조를 하고, 프로파간다가 울리는 도심을 걷는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 진미 가족의 일상과 교차되어 나타난다. 여러 카메라가 동원돼 공들여 찍힌 수업 신은 얼마간 작위적으로 보이지만 익숙한 풍경이긴 마찬가지. 사람들은 마치 거리에 서 있는 물체처럼 보인다. 그러나 20분이 경과한 즈음부터 <태양 아래>는 그 출발과는 전혀 다르게, 자기 태도를 드러낸다. 비탈리 만스키는 촬영을 진행하던 가운데 진미의 일상이 완전히 조작된 것임을 깨닫고 그 거짓의 실체를 폭로하는 데에 집중한다. 촬영 전후 카메라를 끄지 않고 관계자가 직접 현장을 통제하는 모습을 담았다. 처음 촬영분을 보여주고, 곧바로 직접 그 장면의 사람들에게 대사와 어조를 하나하나 지적해 수정사항이 적용된 분량이 그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줄지어 노출된다. 그렇게 <태양 아래>는 북한 체제의 거짓된 얼굴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 ‘사실’을 그대로 찍는다는 다큐멘터리의 흔한 정체성에 자기반성적인 의문을 던진다. “자기 일생에 대해 무엇을 기대해요?”라는 질문에 대답을 잇지 못하고 커다란 눈물을 흘리던 진미가 기계처럼 김일성 3대 찬양을 암송하는 클로징은 상당히 서늘하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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