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열린 <헌츠맨: 윈터스 워> 기자회견
2016-04-28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헌츠맨: 윈터스 워>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는 ‘아이스 퀸’이 되어버린다. ‘이블 퀸’ 라베나(샤를리즈 테론)의 동생 프레야(에밀리 블런트)는 숲의 북쪽에 얼음왕국을 세우고 근방의 아이들을 납치해 전사로 키운다. 가장 충실한 전사였던 에릭(크리스 헴스워스)과 사라(제시카 채스테인)가 연인이 되어 왕국을 떠나려 하자 프레야는 에릭의 눈앞에서 사라를 죽이고 부상당한 에릭도 죽게 내버려두는데, 에릭은 살아남아 헌츠맨이 된다. 7년 뒤 헌츠맨을 찾아온 윌리엄 왕은 스노 화이트를 위해 사라진 거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고, 헌츠맨은 거울이 프레야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길을 나선다. <헌츠맨: 윈터스 워>는 2012년 개봉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3부작으로 만들어지려던 원래의 계획이 감독과 주연배우의 스캔들로 차질이 생기자 방향을 바꿔 기획된 느슨한 프리퀄 또는 스핀오프다. 제목에서 ‘스노우 화이트’가 빠진 것처럼 영화는 헌츠맨의 과거와 현재에 집중한다(전편은 영화 속 과거와 현재 사이의 어딘가에 자리한다). 전편에서 어둑했던 분위기는 한층 유쾌해졌고, 헌츠맨과 사라의 로맨스는 과격한데 달달하다. 거울원정대에서 사이드킥의 역할에 충실한 난쟁이들도 오락적인 면에서 플러스가 됐다.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몇몇 영화와 TV시리즈가 있는데, 그 때문에 트렌드를 고민 없이 이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겠다.

4월12일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열린 <헌츠맨: 윈터스 워>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전편에서 세컨유닛 디렉터였으며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이 감독으로 참석했고, 크리스 헴스워스, 에밀리 블런트, 제시카 채스테인, 샤를리즈 테론이 함께했다. 세 여배우의 강렬한 포스로 특별히 더 유쾌한(!) 기자회견이었다.

-<헌츠맨: 윈터스 워>에 다시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샤를리즈 테론_(속삭이며) 크리스 헴스워스. (좌중 환호) 전편에서 크리스와 촬영한 기억이 즐거웠다. 사실 다시 출연해달라고 연락을 받았을 때 놀랐다.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전편에서 내 캐릭터는 죽었기 때문이다. (웃음) 그래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조금 궁금했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요청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대본을 봤는데, 전편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야라는 캐릭터 덕분이다. 라베나가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새로움이 마음에 들었다.

에밀리 블런트_나 역시 이 캐스트와 출연하게 되어 기뻤다. 물론 크리스 헴스워스는 빼고. (웃음) 특히 이블 퀸과 함께 출연한다는 게 가장 흥분됐다. 이전까지는 한번도 판타지에서 악당을 연기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는 기분 좋은 도전이었다.

-(크리스 헴스워스에게) 당신은 어땠나.

=크리스 헴스워스_전편을 촬영하며 내내 즐거웠다. 전편은 어두운 분위기였는데, 촬영 중에 속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대본을 봤을 때 가벼운 톤,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유머가 마음에 들었다. 재미가 곁들여진 서사극이라 좋았다.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_전편과 다른 톤을 선택한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전편에서의 헌츠맨 캐릭터와 이번 영화의 캐릭터를 비교하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헌츠맨을 중심에 놓은 영화를 만들면서 전편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위험하기도 했다.

-제시카 채스테인은 어땠는지 듣고 싶다.

=제시카 채스테인_이전까지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어두운 캐릭터가 많았다. 촬영장에서 언제나 슬프게 있는다는 게 지루했고 조금 답답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골랐는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즐거웠다. 촬영장에서 함께 많이 웃고 재밌었다. 아마 <헌츠맨: 윈터스 워>는 내가 출연한 영화 중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웃은 영화일 것이다.

-제목은 <헌츠맨: 윈터스 워>지만, 영화는 여성 캐릭터들이 중점적으로 끌고 간다. 힘든 액션 신도 많았을 텐데 여배우들이 액션을 어떻게 준비하고 소화했는지 듣고 싶다.

=에밀리 블런트_이 질문은 제시카에게 넘겨야 할 것 같다. 나와 샤를리즈는 기껏해야 하이힐이 높다, 발이 아프다, 드레스가 무겁다 정도로 징얼거렸을 뿐이다. 반면 제시카는 매번 땀에 절어 나타나곤 했다.

샤를리즈 테론_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무거운 드레스를 입은 나에게 세딕이 아무렇지도 않게 재빠르게 회전하라고 말했다. “재빠르게”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뭘 입고 있는지 아세요?’라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그때 발코니 위에서 보호기구도 제대로 달지 않은 제시카가 뛰어내리고 있었다. (웃음) 매트도 없었는데. 입 다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세딕 니콜라스 트로얀_참고로 보호기구를 달고 있었다. 매트는 없었지만. 그리고 크리스와 샤를리즈가 대결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두세컷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역 없이 무거운 드레스를 입은 샤를리즈가 액션을 소화했다. 대단했다.

샤를리즈 테론_세딕은 너무 너그럽다. 사실 스탭 네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드레스가 무거웠다. 촬영 때마다 장정 네다섯명이 드레스를 들고 함께 움직였다. 크리스와 한 화면에 들어가려면 더 많이 움직이라고 세딕이 말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웃음)

제시카 채스테인_촬영에 들어가기 전 뉴욕으로 유니버설이 트레이너를 보내주었다. 함께 연습하니 자신감도 생겼다. 촬영이 일주일 남았을 때 캐릭터의 코스튬을 입고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크리스와 키를 맞추기 위해 4인치 정도의 힐이 숨겨진 부츠를 신었다. 그때 정말 충격이었다.

-샤를리즈 테론에게 묻고 싶다. 이블 퀸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샤를리즈 테론_캐릭터의 코스튬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코스튬을 입으면 이블 퀸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나오는 듯했다. 코르셋을 입으면 자세가 완전히 바뀌는 것과 같다. 또 의상 중에서 망토를 좋아했는데, 망토의 깃 때문에 머리가 헝클어질까봐 목을 꼿꼿하게 세운 것도 몰입에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대부분은 에밀리의 연기에 반응하면서 저절로 준비가 됐다. 에밀리와 대사를 주고받고, 연기에 반응하는 모든 과정이 정말 좋았다. 전편에서 라베나에게 남동생이 있기는 했지만, 혼자 말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고 상대와 반응하는 장면은 적었다. 이번엔 프레야의 존재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많은 여배우들과 촬영하는 것은 어떤 경험이었나.

=크리스 헴스워스_음… 좋았다. (일동 웃음) 정말 부담 없이 말하는데 여기 모두와 연기하는 것이 좋았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촬영장에 나의 아이들이 항상 와 있었기 때문에 애들이 소품을 들고 뛰어다니는 것 역시 일상이었다. 다른 촬영장은 보통 조용한 편인데…. 덕분에 아이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샤를리즈 테론, 당신의 캐릭터에서 새로워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

=샤를리즈 테론_캐릭터는 전과 같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프레야라는 캐릭터 덕분에 라베나의 숨은 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만약 똑같은 캐릭터를 다시 복제하라고 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관계는 몹시 복잡하므로 캐릭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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