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조 루소 감독·크리스 에반스·앤서니 마키·세바스천 스탠 인터뷰
2016-04-29
글 : 이예지
“아이언맨은 슈트뿐이지만 우리에겐 근육이 있다”
조 루소 감독, 세바스천 스탠, 크리스 에반스, 앤서니 마키(왼쪽부터).

-기존 히어로물과 차별화해 많은 부분을 드라마로 채우는 모험을 했다.
=조 루소_확실히 모험이었지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우리 형제는 기존 히어로물을 변주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데 희열을 느낀다. 히어로물 시장은 이미 포화됐기에 심도 있고 차별화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항상 특별한 스토리텔링 안에 감정을 깊이 실어 전달하려 하고, 유머와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캐스팅이 관건인데, 이번만큼 잘 갖춰진 캐스트를 확보하긴 쉽지 않았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살려줘서 이야기를 입체감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히어로들의 능력을 통제하에 두자는 ‘소코비아 협정’에 충성심 강한 군인이었던 캡틴 아메리카는 반대하고 자유분방한 아이언맨은 찬성한다.
=조 루소_처음부터 캐릭터의 반전을 의도해 기획한 결과다. 납득이 가는 변화를 위해서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모두에게 충분한 감정적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첫 번째 작품 <퍼스트 어벤져>에선 애국심이 강하고 순종적으로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었지만,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통해 쉴드의 부패를 목도하고, 이번 작품에선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의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도권 밖에서 실행한다. 반면, 아이언맨은 자기중심적이었지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전투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과정에 자신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통제의 범위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반전이 스토리텔링의 흥미로운 요소다.

-캡틴 아메리카는 친구인 윈터 솔져를 위해 아이언맨과 싸운다. 하지만 아이언맨도 친구이자 동료다.
=크리스 에반스_이 영화를 다이내믹하게 만들어주는 건 이런 지점이다.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동료가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더 많이 타격을 입고 상처를 받는다. 캡틴 아메리카에게 이 싸움은 동료와의 싸움일 뿐 아니라, 기존의 삶과 새로운 삶 사이의 갈등과 싸움이다. 성장기에 함께 자란 친구 버키는 그에게 과거 성장기의 기억과 삶이다. 이전의 삶을 버릴 수 없기에 그를 택하게 되지만, 또한 새로운 친구인 전우들과 싸워야 한다는 것도 캡틴 아메리카에게는 큰 갈등 요인이 된다. 그것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윈터 솔져는 뇌파 조정을 당하는 캐릭터다. 선과 악을 오가는 역할을 연기하는 건 어땠나.
=세바스천 스탠_배역을 규정짓지 않으려 노력하고 대본에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게 연기하려 한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전편에 출연하며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는 악역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번 작품으론 다시 버키 반즈로 전환되는 모습을 연기했다. 버키 반즈의 시점에서 보면 이번 영화는 믿을 수 있는 동료가 누군지를 깨닫고 미래를 찾아가는 스토리다. 그게 캡틴 아메리카와 팔콘이었던 것이고. 이런 변화들 덕에 윈터 솔져 캐릭터를 흥미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덧붙이면, 블랙 팬서와 대결하는 신에선 실제로 싸운 게 아니라 연출된 신이라 다행이었다. 실제로 그와 싸우면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다. (웃음)

-히어로영화를 한다는 건 배우에게 어떤 일인가.
=앤서니 마키_히어로영화를 준비하는 건 매우 어렵다. 여러분도 한번 테니스공을 보면서 대화하려는 시도를 해보라.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을 거다. (웃음) 연기하는 첫날, 감독님이 6~7m 높이의 플랫폼에서 뛰어내리며 총으로 비행기를 쏘면서 텀블링해 착지하라는 지시를 줬다. 총도 없고 비행기도 없는 상황에서 연기했는데 정말 쉽지 않더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는지 빨리 배워야 했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장에선 두팀간의 신경전은 없었나.
=앤서니 마키_음, 스파이더맨 역의 톰 홀랜드는 우리랑 안 맞았다. 스타의식이 있어 두 시간에 한번씩 주스를 마셔야 하고 물도 특정 브랜드만 마시더라. (웃음)

-팀 캡틴 아메리카와 팀 아이언맨이 끝까지 싸운다면 어느 쪽에 승산이 있겠나.
=앤서니 마키_우리가 당연히 이긴다. (크리스 에반스를 가리키며) 지금 티셔츠 터지려고 하는 거 안 보이나? 이 얼마나 젊고 탄탄하며 핸섬한가. (포스터 속 아이언맨을 가리키며) 그런데 이 아저씨를 봐라. 나이로 차별하고 싶진 않지만 그들은 지금쯤 낮잠 자다 일어날 시간이다. 아이언맨은 슈트뿐이지만 우리에겐 근육이 있다. 원래 싸움은 근육으로 이기는 거다. (웃음)

캡틴 아메리카_우리가 이기겠지만 인피니트 스톤을 가진 비전은 위험하다. 그러나 우리 편에 스칼렛 위치가 있어 제압할 수 있을 거다.

세바스천 스탠_앤트맨과 스칼렛 위치가 우리 편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긴다.

조 루소_비전은 스칼렛 위치에게 애정이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모든 능력을 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 캡틴 아메리카가 더 강하지 않을까. (웃음) 전략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우위에 있다.

-소코비아 협정, 혹은 초인등록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인가, 반대하는 입장인가.
=크리스 에반스_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인들이 아무리 많이 세계를 구했더라도 잘못될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든 통제나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세바스천 스탠_동의한다. 실제로 이종격투기(MMA) 선수들의 손도 무기로 인식된다. 그들도 그런데 초인도 관리되어야 하지 않나.

조 루소_영화 안의 입장에서 보면 반대편인 캡틴 아메리카에 동의한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를 군의 비밀병기로 이용하려 한 로스 장군이 장관으로 등장한다. 그는 초인들을 통제해 이용하고 싶어하는 인물이기에 그러한 사람의 통제하에 들어가는 건 옳지 않다. 현실에 초인이 있다면, 누가 그들을 관리하는지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특정 국가가 관리하게 되면 그 국가에 힘이 쏠리기 때문에 반대하고, 유엔과 같은 조직이 통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서 4월27일 전세계 최초 개봉한다.
=조 루소_마블 작품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한국 시장에 애착이 있다. 개봉일은 디즈니에서 각국 시장별 경쟁 구도를 감안해 고른 것이지만, 한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크리스 에반스_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에 출연하면서 한국을 찾아 이처럼 기자들을 만난 적 있다. 나는 한국 영화산업에 특별한 사랑과 애착이 있다. 별로 낯설지가 않다.

앤서니 마키_나도 한국을 사랑한다. “안녕하세요” 뜻이 ‘Hello’라고? 그럼 “안녕히 가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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