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 <커튼콜> 2015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015 <초인>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드라마 2006 <오버 더 레인보우>
김고운은 꼭 사슴 같다. 큰 눈망울에 긴 목을 쭉 빼고 서 있는 모양새부터 그렇다. 스튜디오 벽면에 붙어 있는 선배 배우들의 사진을 훑는데 이제 막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보려는 어린 사슴의 호기심 어린 눈짓이다. <초인>은 그런 김고운의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감이 고스란히 녹아든 성장영화다. 영화에서 김고운은 비밀을 간직한 신비로운 소녀 수현을 연기한다. 학교를 자퇴한 수현은 도서관을 드나들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비롯한 500여권의 책을 빌려 본다. 책을 읽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현에게서는 책으로도 채울 수 없는 상실감과 죄책감의 기운이 전해진다. 김고운은 신인배우로서는 흔치 않게 묵직한 감정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주연이다. <초인> 이전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아역으로 잠깐,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주인공 소년의 마음을 흔드는 소녀의 목소리로 짧게 등장한 게 연기 경력의 전부다. 스스로 “사실상의 데뷔작”이라고 말하는 <초인>을 통해 김고운은 자기 생의 ‘첫’ 경험들을 이어가고 있었다.
-<초인>의 서은영 감독이 오디션을 보자며 먼저 연락한 걸로 안다.
=오디션장을 찾은 다른 배우가 제출한 단편에 내가 등장했다. 휴학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때 출연한 거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 필살기도 없고. (웃음) 오디션 날 아침이면 홀로 집 근처 야산에 올라 큰 소리로 입을 푸는 게 습관이 됐다.
-수현은 소중한 친구를 잃고 내면으로 침잠해가는 인물이다.
=과연 내가 수현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불안해서 대본을 보고 또 보고. 수현을 너무 어둡게만 그리지 않으려 했다. 깊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일수록 아픔을 드러내기보다는 더 씩씩하게 살아가지 않나.
-배우가 된 계기가 있나.
=대학에 들어가서 마음을 굳혔다. 나와 다른 인물을 표현하는 게 재밌었다. 저음의 차분한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는데 선생님께서 ‘말 한마디를 해도 힘이 느껴진다’며 격려해주셨다. 그 말에 용기를 냈다.
-배우 김옥빈의 막냇동생으로 먼저 알려졌다.
=나를 보며 언니를 떠올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 게 걱정됐다면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내가 잘해나가면 될 일이다. 연기에 대해 언니만큼 따끔하게 충고해주는 사람도 없다. 평소에는 친구처럼 함께 대학로에 연극을 보러 다닌다. 언니와 한 무대? 생각만 해도 신난다. (웃음)
-차기작 소식이 계속 들린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상영작인 <커튼콜>에서 삼류 극단에 낙하산으로 들어간 단역배우를 맡았다. 촬영 중인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는 김윤석, 변요한 선배님이 연기하는 수현이 사랑하는 여인 연아로 나온다. 내 별명이 나무늘보다. 행동이 느린데 반대로 뭔가를 시작하면 오래 판다. 길게 보고 연기하고 싶으니 이런 성격 덕을 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