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특별한 감상을 선사하는 젋은 시절 비틀스의 모습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2016-05-04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자신들의 세 번째 앨범 《하드 데이즈 나이트》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 비틀스는 열성팬들을 피해 도망다녀야 하는 슈퍼스타다.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그리고 존 레넌은 오늘도 다음 일정을 위해 급하게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만사태평인 멤버들과 반대로 잔뜩 신경을 곤두세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비틀스의 제작자와 방송 관계자들이다. 말도 안 들을 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사고를 치고 다니는 멤버들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과연 비틀스는 오늘 약속된 공연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슈퍼맨2>(1980) 등으로 익숙한 리처드 레스터 감독이 1964년에 연출한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비틀스와 비틀스의 음악을 소재로 만든 흥미로운 형식의 음악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물론 비틀스 멤버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다. 특히 2016년에 50여년 전 비틀스를 보는 건 특별한 감상을 선사한다. 비틀스가 대체 불가능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지금, 유치한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네 멤버의 풋풋한 모습을 보는 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기묘한 시간 감각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몇몇 에피소드에 등장한 존 레넌의 쾌활하고 괴짜 같은 모습은 반가움과 그리움이 섞인 복잡한 감정을 안겨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지 비틀스의 출연작으로서만 의미를 가지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단순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드라마이지만 때로 뮤지컬 장르를 차용하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는 영화 전체가 《하드 데이즈 나이트》 앨범을 위해 만들어진 긴 뮤직비디오 같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즉 서로 섞이지 않는 여러 장르를 과감하게 한자리에 배치함으로써 기존의 영화 형식을 위배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지금 들어도 새로운 비틀스의 음악이 함께 맞물릴 때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는 반세기 전 만들어진 영화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신선한 영화적 순간과 만나게 해준다. 특별히 이번에는 2014년에 영상과 사운드를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50주년 기념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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