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게임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 <캄포스>
2016-05-11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한 여자가 눈이 가려지고 양손이 묶인 채 수풀을 헤치며 달려온다. 그 뒤로는 나무에 반쯤 몸을 숨긴 수상한 남자가 그녀를 지켜본다. 몇 미터 앞에는 칼처럼 날카로운 나뭇가지 하나가 그녀가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 불쑥 튀어나와 있다. 그대로 달린다면 나뭇가지에 몸을 관통당할 아찔한 상황이다. 결정적인 순간, 그녀에게 위험을 알리는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이곳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캠프장이다. 미셸(메이애라 월시), 크리스티(조셀린 도나휴), 윌은 캠프를 미리 체험하기 위해 온 교사이며, 안토니오는 캠프 관계자다. 방금 미셸과 크리스티가 한 건, 한 사람이 눈을 가리고 다른 사람이 방향을 지시해주는 신뢰 게임이다. 상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미셸과 달리 크리스티는 상대를 잘 믿지 못한다. 그날 저녁 숙소에 도착한 이들에게 이상한 일이 연이어 벌어진다. 공포가 게임으로 바뀌는 오프닝에서 출발한 영화는 이를 뒤집어 게임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을 거울처럼 맞붙인다. 숲이라는 공간에 방점을 찍으며 출발하지만, 극이 전개되면 본격적인 공포체험의 무대가 되는 곳은 숙소다. 바이러스에 걸린 이들과 비감염자들이 숙소 문을 사이에 두고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여러 번 반복되는데, 이는 실내 공간이 효과적으로 활용된 조지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연상시킨다. 좀비물로 <캄포스>를 볼 때 특징적인 지점은 감염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되는 간헐적 증상으로 바이러스를 다룬 점이다. 억지스럽거나 산만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영화 전반에 깔린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와 어우러지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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