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4개의 납치사건 <클랜>
2016-05-11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1980년대 초의 아르헨티나, 당시는 군부독재가 끝날 무렵으로 조금씩 민주주의가 태동하던 시절이다. 영화 <클랜>은 당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고 있는 아르키메데스 푸치오(기예르모 프란셀라)의 가정은 겉보기에 단란하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이 집에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가장인 아르키메데스는 전직 군 정보원 출신인데, 현재 ‘기술적 실업’ 상태에 처해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그의 직업은 무용한 취급을 받게 되고, 경제적 원인이 발단이 되어 장남 알렉스(페테르 란사니)와 공모한 아르키메데스는 부유층 인물들을 납치하는 일을 벌인다. 알렉스는 국가대표급 럭비 스타로, 그가 지닌 인기나 지위는 의혹의 눈초리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1982년과 1985년 사이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4개의 납치사건에 초점을 맞춰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클랜>의 장르는 ‘드라마’와 ‘스릴러’ 사이 즈음이라 할 수 있다.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적 장치는 실화 모티브의 무거운 느낌을 상쇄해주며, 동시에 사건을 좀더 상징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비밀리에 정보국을 운영하는 독재정권의 기반에는 ‘다른 사람들의 피에 의해 지불되는 사회구조’에 대한 해석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전개 과정에서 부각되는 큰아들의 존재를 통해 영화는 ‘필연적으로 나아질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참담함을 드러낸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희극배우 기예르모 프란셀라의 무표정한 얼굴이 인상적인 영화로, 감독 파블로 트라페로는 이 작품으로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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