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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한계를 부여해서 사랑을 부각시키려 했다 - <사돈의 팔촌> 장현상 감독
2016-05-12
글 : 이예지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 청춘의 패기가 물씬 풍기는 이 이름은 <사돈의 팔촌>을 만든 장현상 감독이 소속된 창작 집단의 이름이다. 천방지축 고등학생들이 성인만화 사이트를 오픈하는 <네버다이 버터플라이>(2013)를 연출했던 감독은 이번엔 말년 휴가를 나왔다가 사촌 여동생에게 사랑을 느끼는 이십대 청년의 모습을 그려낸 <사돈의 팔촌>으로 돌아왔다. 장현상 감독은 “내가 속해 있는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직접 겪고 느껴 스스로도 와닿는 이야기들을 애착을 갖고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갓 서른이 된 그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청춘 이야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사촌간의 사랑이라는 금기의 테마를 소재로 선택했다.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되 금기라는 한계를 부여해서 사랑을 부각시키려 했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그가 자기감정에 솔직해져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군에서 제대할 시기인 이십대 중반은 사회적으로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세상과 타협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고 싶은 시기다. 그런 사랑 이야기를 하려다, 군 휴가를 다녀온 친구가 친척 여동생을 간만에 봤는데 예뻐졌다면서 촌수를 세던 모습을 봤던 게 기억이 났다. 이 아이디어를 개발하면 괜찮은 사랑 이야기가 나올 것 같더라.

-혼자 각본, 연출, 촬영까지 도맡아해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에서 열혈스태프상을 수상했다.

=촬영에 관심이 많아 직접 촬영했다. 이번 영화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반응하듯이 찍어야 했다. 찍는 과정에서 나오는 감정을 바로 포착해 작업하고 싶었다. 대략적인 계획은 있었지만 그림 콘티는 없었고, 디테일한 주문을 하기보단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를 하게 해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많은 부분을 롱테이크로 갔다. 친한 사람들끼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찍어 연출과 촬영을 겸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학부생 시절에 찍은 영화다. 장편을 찍기 쉽지 않았을 텐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 중, 여름방학에 친구들을 모아서 2주간 찍은 영화다. 학교에서는 장비만 지원받았고, 1천만원가량의 저예산으로 촬영했다. 스탭들은 품앗이로 했고, 우리 집에서 촬영했다. (웃음) 이런 제작방식에서는 시간에 쫓기거나 변수가 생기면 안 되니까. 제작 지원은 못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음향 지원을 받고, 색 보정 지원을 받으면서 느리게 완성했다.

-완성한 지 2년이 지난 후 개봉했다.

=서독제에서 좋게 봐준 덕이다. 케이블 VOD회사에서 서독제에 배급 지원을 해줄 테니 부가판권에 대한 권한을 줄 수 있는 영화를 연결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서독제에서 <사돈의 팔촌>을 연결해줬다. 극장 개봉 후 짧은 홀드백 기간을 가지고 거의 동시개봉처럼 가려고 한다. 작은 영화들이 관객과 만나는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한다.

-차기작 계획은.

=레이싱영화 시나리오가 있다. 차 동호회 사람들이 차가 없는 거리에서 레이싱을 하는 것을 코믹한 캐릭터와 해프닝들로 푸는 이야기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찍고 싶다. 관객과 만나는 일도 중요하다.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소규모 극장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어머니가 하시는 카페에 대안적인 극장을 마련해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영사 기능사 자격증이 필요하더라. 인터뷰를 마치고 이제 시험 보러 갈 거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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