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who are you] 배우란, 감정을 선물하는 일 - <초인> 김정현
2016-05-13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영화 2016 <마이 엔젤> 2016 <그대 이름은 장미> 2015 <초인>

싸움에 휘말렸다가 징계를 받고, 늘 해오던 운동을 난데없이 그만두겠다는 고등학생 도현. 하지만 징계를 내리는 담임선생님도, 벌을 세우는 체조선생님도 도현을 향하는 눈길엔 애정이 그득하다. 심지어 닭볶음탕에서 닭다리를 많이 먹을 거라 했을 뿐인데 ‘양아치’라는 말과 욕지거리를 뒤집어쓴 친구 민식도 도현에게 성난 대꾸가 없다. <초인>의 도현은 밉지 않은 말썽쟁이다. 낯선 또래에게 넉살 좋게 말을 붙이는 건 기본, 행동 하나하나에 긍정의 기운이 묻어난다. 하지만 그의 긍정은 절망 속에서 피어난 것이다. 어릴 적 곁을 떠난 아빠는 다복한 가정을 일구어 잘 사는 반면 엄마는 치매에 걸려 아들도 못 알아보고 자꾸만 돌이킬 수 없는 우울 속으로 발을 딛는다. 영화가 진행되며 몇겹의 아픔이 더해갈수록 도현의 말간 얼굴에도 그늘이 점점 드리운다. 하지만 철없는 소년이 사연 많은 인간으로 변해가는 그 넓은 간극에 이질감은 없다. 도현의 모든 순간을 긍정하게 만드는 건 전적으로 배우 김정현의 몫이다. <초인>은 그의 첫 장편영화지만 그간 연극과 뮤지컬, 단편영화 등 다양한 경로로 다져온 연기의 내공이 도현이란 소년의 스펙트럼을 촘촘히 메운다.

-장편영화 데뷔작에서 주연을 맡았다.

=<우중 풍경>이란 학교 작품에 출연했는데 서은영 감독님이 그걸 보고 연락해주셨다. SNS 친구로 지내다 <살인의 기억>이란 단편영화 작업을 함께했다. 이후 감독님이 장편을 할 거란 사실을 알게 됐고 오디션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번호로 오디션을 치렀는데 운 좋게 작품을 하게 됐다.

-도현은 표현해야 할 스펙트럼이 넓은 인물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나.

=대본 리딩 연습을 특히 많이 했다. 촬영장에 가니 장소가 가진 또 다른 질감에서 느끼는 것들이 있었다. 내가 다양하게 시도하면 감독님이 조율해주셨다. 스펙트럼이 넓은 인물을 표현한다는 건 큰 자극이었다. ‘일단 해보자’ 하는 성격이라 이런 캐릭터를 맡은 게 어렵다기보단 좋았다.

-고난도의 체조 신을 소화했다.

=체육관에서 두달간 연습했다.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 아니라 자신 있었다. 하지만 기계체조는 오래 연습해서 근육을 만든 후에 할 수 있는 것이더라. 막상 해보니 어려웠다. 팔꿈치를 다쳐서 억울하기도 했다. 처음의 자신감이 사라지고 겸손해졌다. (웃음)

-배우가 된 계기가 있다면.

=중학교 3학년 때 학예회에서 더빙 연기를 하면서 관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연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제일 처음 공연을 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연기를 배우러 학원에 갔는데 바로 공연해야 한다고 대본 외우라 그러더라. (웃음) 그렇게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니 등골이 오싹했다. ‘이 감각은 뭐지’ 싶었다. 울기도 하는 관객을 보면서 내가 감정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숨은 감정을 일깨워주는 훌륭한 직업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관객이 내가 출연한 영화에 시간을 들이는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배우가 되고 싶다. ‘왜 저렇게 연기하나’ 하는 소리를 듣지 않게,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