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980년대 팝 음악을 향한 헌사 <싱 스트리트>
2016-05-18
글 : 이주현

<비긴 어게인>(2013)의 존 카니 감독이 뉴욕에 이어 영화의 무대로 조명한 곳은 1985년의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떠나는 아일랜드 청년들이 늘어나던 시기. 국가 경제의 위기는 열다섯살 소년 코너(페리다 월시 필로)의 가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가계 지출을 줄이기 위한 부모의 선택으로 코너는 ‘남자답게 행동하라’가 모토인 가톨릭 소속 학교로 전학을 간다. 하굣길에 만난 라피나(루시 보인턴)에게 첫눈에 반한 코너는 라피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밴드를 급조한다.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에이먼(마크 매케나), 프로듀서이자 촬영감독인 대런(벤 캐롤란), 흑인 키보디스트 잉기(퍼시 체임버루카) 등 밴드 멤버들이 모이면서 미래파 밴드 싱 스트리트가 탄생한다. 라피나는 싱 스트리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한편 런던에서의 미래를 꿈꾸고, 코너는 라피나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며 명곡을 만들어낸다.

<싱 스트리트>는 1980년대 팝 음악을 향한 존 카니 감독의 헌사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코너네 가족이 거실에 모여 듀란듀란의 <Rio> 뮤직비디오를 진지하게 감상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더 클래시의 <I Fought The Law>, 모터헤드의 <Stay Clean>, 더 큐어의 <Inbetween Days> 등 80년대를 풍미한 팝 음악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코너가 가사를 쓰고 에이먼이 작곡한 싱 스트리트의 음악들은 작곡가 게리 클라크에 의해 탄생한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다. <원스>(2006), <비긴 어게인>이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들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과 귀가 즐겁다. 10대 소년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면서 80년대 더블린의 시대상까지 담아내는 연출도 인상적이고, 폭력적인 선생에게 음악으로 복수하고 이혼 직전의 부모에게서 멋지게 독립하는 결말도 멋지다. 영화의 음악은 구태와 작별하는 청춘, 새로움을 갈망하는 청춘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원스> <비긴 어게인>과 비교하면 한없이 발랄하고 풋풋한 음악영화지만, 감동의 크기는 전작들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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