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형의 기행과 대저택의 압도적인 분위기 <더 보이>
2016-05-18
글 : 문동명 (객원기자)

그레타(로렌 코핸)는 어두웠던 과거를 떨치고자 외딴 마을에 있는 대저택의 유모로 일하기로 한다. 주인 노부부는 인형을 아들 브람스라고 소개한다. 그레타는 이런 이상한 상황이 아이를 잃은 아픔을 잊으려고 가장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넘기지만, 그들은 아주 진지한 태도로 인형을 대한다. 그리고 10가지 규칙을 꼭 지켜야 한다는 당부를 남긴 채 여행을 떠난다. 거대한 집에 인형 브람스와 단둘이 남은 그레타는 점점 이상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고, 점점 인형이 살아 있다고 믿게 된다. 그녀는 간간이 생필품을 전해주러 오는 말콤(루퍼트 에반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더 보이>는 공포영화의 대표적인 소재인 인형과 대저택을 쥐고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두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겉돈다. <더 데빌 인사이드>(2012), <늑대인간: 더 오리지널>(2013) 등 엑소시즘과 괴수 소재의 호러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윌리엄 브렌트 벨은 인형의 기행과 대저택의 압도적인 분위기로 천천히 영화를 장악하는 <더 보이>에서 긴장과 폭발을 자꾸만 유보한다. 통화 내용으로만 전달되던 인물 콜은 실체가 보이지 않을 때 그레타의 공포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그녀 앞에 나타난 후부터는 어떠한 불안도 만들지 못한다. 말콤이 저택에 합세해 사건을 해결해나가고자 돕는 과정은, 인형 브람스가 실상 제대로 된 위협을 가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그저 러닝타임의 틈을 메우고 있다는 인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그레타와 말콤 사이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는 사족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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