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원작 특유의 아슬아슬하고 감성적인 분위기 <동급생>
2016-05-18
글 : 문동명 (객원기자)

BL 만화가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대표작 <동급생>의 애니메이션. 공부는 뒷전, 밴드 활동에 더 관심이 많은 쿠사카베(가미야 히로시)는 모범생으로 유명한 사죠(노지마 겐지)와 합창대회 연습을 같이 하면서 가까워진다. 노래엔 영 재능이 없는 사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서로 화음을 만들어가는 사이, 쿠사카베는 사죠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사죠 역시 쿠사카베와 지내는 시간이 좋아 노래를 연습한다고 대답한다. 키스는 했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닌 두 사람. 감정에 솔직한 쿠사카베는 더 진지한 관계를 원하지만 그럴수록 사죠는 그에게서 멀어진다.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원화 작업으로 경력을 쌓은 나카무라 쇼코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동급생>은 원작 특유의 아슬아슬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했다. 서사와 별 관련이 없는 사물에 자주 시선을 던져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공간에 미묘한 공기를 불어넣고 순간순간 차오르는 감정을 극적으로 부풀리는 식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알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 반면, 사죠가 주변의 시선과 정체성의 혼란으로 망설이는 과정은 길게 묘사된다. 그사이 점차 깊어지는 마음이 조금은 느릿한 호흡으로 섬세하게 그려진다. 선이 가느다란 그림체로 표현한 미소년의 모습과 그들이 키스를 나눌 때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강조한 ‘모에로운’ 순간들은 비단 BL 팬이 아니더라도 무릎을 칠 만큼 절묘하게 등장한다. 원작의 드라마 CD에 참여한 성우 가미야 히로시, 노지마 겐지 등이 그대로 목소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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