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좋은 이야기는 경계가 없다 - <계춘할망> 기획•공동제작자 임건중
2016-05-19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2015 <계춘할망> 기획•공동제작 2009 <애자> 기획•프로듀서 2007 <마강호텔> 프로듀서 2005 <잠복근무> 프로듀서 2002 <보스상륙작전> 프로듀서 2000 <싸이렌> 조감독

누구보다 바쁠 것 같았다. <계춘할망>을 제작한 빅스토리픽쳐스의 임건중 대표는 현재 화책연합 한국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국내 영화를 제작하면서 중국영화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에 쫓기는 게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임건중 대표는 두 가지 업무를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고정관념에 따른 오해일 수 있다는 걸 짚어주었다.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일이다. 한국영화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도 넓게 보면 중국에서도 통할 좋은 이야기를 찾는 작업이고, 중국에서 선호할 이야기를 찾다보면 한국에서 작업하고 싶은 영화를 만날 수도 있다.”

연출부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임건중 대표는 프로듀서 업무를 꽤 오래 맡아왔다. 주로 코미디 기반의 장르영화였는데, 전환점을 마련해준 것은 정기훈 감독의 <애자>(2009)였다. “비슷한 장르를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웬만큼 안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가 있었다. 그때 드라마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영화가 <애자>였다.” 제작자로서 그의 기준은 뚜렷하다. 재미있되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싸이렌>(2000) 때부터 인연을 맺은 창감독이 <계춘할망>의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혹시 가족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애자>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였다면 안 했을 거다. 오랫동안 토론을 하다 보니 가족의 확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섰다. 결말은 전형적일 수 있어도 과정에는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빅스토리픽쳐스의 대표로서 앞으로 만들고 싶은 영화도 익숙하되 새로움이 깃든 영화다.”

화책연합 유영호 대표의 제안으로 맡은 화책연합 한국본부장으로서의 목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화책연합이 집중하고자 하는 건 이야기의 큰 틀,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양국을 유연하게 연결시킬 공식 채널로서의 역할이다.” 임건중 대표는 처음으로 실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몰린 관심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낙관적인 기대를 드러냈다. “400~500편 정도를 예상했는데 1천편이 넘는 작품들이 몰렸다.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근차근 걸음을 딛고 있다.” 단순히 완성작을 수출하고 리메이크를 반복하던 시기를 지나 이젠 한국영화의 기획력으로 승부해야 할 시기인지도 모른다. 매 걸음 뒷사람의 길이 될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그의 행보를 주목해도 좋을 것이다.

<애자> DVD

“5번째로 프로듀서를 맡은 작품이다. 앞의 네편은 코미디였고 정통 드라마 장르는 <애자>가 처음이었다. 어떻게 보면 영화가 쉬워 보이는 착각을 하던 시기에 영화의 진정성, 진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계춘할망>이 익숙한 소재에도 좀더 확장된 작품으로 다듬어질 수 있도록 시금석이 되어준 영화다. 투자, 배급 모두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틋한 것 같다. 마치 가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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