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6 <역전의 날> 2015 <산이 울다> <화려한 샐러리맨> 2013 <블라인드 디텍티브> 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인 <산이 울다>(감독 래리 양)의 주인공 량예팅이 영화의 개봉(5월25일)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영화에서 그녀는 1984년 중국 산시성 타이항산의 벽촌에서 남편의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홍시아를 연기한다. 과거의 끔찍한 사건으로 실어증까지 앓게 된 홍시아는 마을 청년 한총(왕쯔이)과의 사랑으로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내보려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때보다는 한결 여유가 있어 보인다.
=폐막식 레드카펫을 걷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웃음) 개봉이라 긴장은 되지만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기구한 삶을 살아가는 홍시아라는 인물을 받아들고 생각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으며 홍시아의 과거에 놀랄 뿐이었다.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1980년대 중국의 깊은 산골에서 살아가는 여자의 삶이 잘 상상이 안 됐다. 감독님께서는 “당시 사람들을 재연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주고받는 감정, 그것에 집중하자”고 하셨다. 감독님이 젊은 데다 장편 데뷔작이다보니 ‘잘해보자!’는 힘찬 에너지가 현장에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왕쯔이와는 두기봉 감독의 <블라인드 디텍티브> <화려한 샐러리맨>에 이어 또 한번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다. 첫 작품 때는 서로 잘 모르다보니 별다른 재미랄 게 없었는데 두 번째 때 그나마 좀 친해졌다. 이번에는 촬영장이 워낙 외딴 시골이어서 말할 상대가 왕쯔이밖에 없었다. 연기며 서로의 고민에 대해 많은 얘길 나누었다. 왕쯔이가 낯을 많이 가려 말수가 적지만 친해지면 진짜 재밌다.
-피아노를 20년간 쳐온 피아니스트였던 걸로 안다. 어떻게 배우의 길로 접어든 건가.
=배우가 되려 한 건 아니었다. 피아노 선생님께서 아는 연극 연출가가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 나를 소개해주셨다. 근데 그분이 연기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 그게 시작이었다. 연기를 처음 해봤는데 느낌이 좋았다. 두서너편 연극을 더 하다 선배 배우의 소개로 두기봉 감독님을 만나 영화에까지 출연하게 됐다. 두기봉 감독님께서는 연기에 대한 세세한 조언을 해주셨는데 신인배우에게는 큰 가르침이었다. 생각해보면 예술이라는 점에서는 음악과 영화가 통하는 게 아닐까. 피아노 연주로 감정을 표현했던 게 말없이 홍시아의 내면을 연기해야 했던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차이나필름그룹, 하이룬, 두타연이 함께 만드는 한•중 합작영화 <역전의 날>(감독 리준)이 7월15일 중국 개봉예정이다.
=배우 이정재가 맡은 경찰에 협조하는 정신과 의사 역이다. 이정재는 직업정신이 투철하다. 본인의 촬영 장면이 없어도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꼼꼼히 챙긴다. 또 한국 스탭들과 일하다보니 한국말도 눈치껏 알아듣게 됐다. ‘괜찮아요, 예쁘다, 맛있어요, 잠시만요.’ (웃음) 기회가 되면 한국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김기덕,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나 배우 김윤석, 하정우, 전지현과 같이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